2025 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시리즈 ✒️ ‘부동산 삼촌’이 만드는 청년·어르신 ‘동네 보금자리’
(주)공공감성 곽길영 대표 @대전 |
|
|
도시형 생활주택 등 주거환경을 관리하는 ㈜공공감성의 곽길영 대표는 ‘부동산 삼촌’이었답니다. 대전 우송대학 근처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했는데 청년들을 만나다 그들이 겪는 문제들을 알게 됐습니다. 그중 하나가 주거이지요. 빈집을 고쳐 청년공유주택을 만들었습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청년들의 ‘고독’을 마주한 그는 동네와 청년을 연결합니다.
집에 뭔가 고장이 나면 청년들이 ‘삼촌’에게 연락하기 시작합니다. 고쳐 주다 보니 건물주도 좋아하네요. 이게 시설관리업까지 이어집니다. 또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청년이나 어르신들이 간단한 수리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주거관리 기술학교’를 엽니다. 눈에 밟히는 동네의 필요를 해결해가다 밥벌이 사업과 사회적 가치,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 거죠. 청년 공유오피스이자 청년마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전 동구 원동 청년마을 사무실에서 곽길영 대표를 만났습니다.
|
|
|
▲청년마을 사업지인 대전 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공공감성 곽길영 대표 ⓒ희망제작소 |
|
|
빈집 중개로 시작해 '삼촌 마인드'로 뛰어든 여정 |
|
|
-원래 부동산을 하셨다고요.
=2016년 건축을 공부해보고 싶어 서울에서 대전으로 왔어요. 한양사이버대학에서 건축과 부동산학을 공부하면서 삼촌이 운영하시는 건설회사에서 실무를 배웠어요. 현장일은 고되고 힘들었어요. 이후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면서 주변에 빈집들을 알게 됐습니다. 어르신들이 자기 집 세 좀 놔달라고 하시기도 하고요. 재개발구역에 있는 집을 싸게 임대해 2020년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창업자금 지원으로 청년 공유주택을 시작했어요. 대전 동구 가양동에서 ‘잊혀진 공간에 따뜻한 이야기를 담다’라는 슬로건을 걸었어요. 40평형에 방 4개의 내부 공간과 10평 정도의 마당, 작은 창고 2개가 있는 단독주택이에요. 지금도 여학생 20여 명이 살고 있어요. 회사가 커지면서 부동산 일은 2024년 접었어요.
-시설관리로는 어떻게 전환하신 거예요.
=우송대 쪽에서 부동산 중개를 하면서 학생들한테 ‘삼촌’같은 역할을 했어요. 그래야 저희랑 또 계약하니까요. 학생들이 집에 문제가 있으면 건물주가 아니라 저한테 전화하는 거죠. 저희가 바로 수리해주니까 한 두명에서 100여명까지 연락하는 사람이 늘었어요. 건물주가 ‘너희가 관리해라’고 하더라고요. 코로나로 인해 공유주택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기도 했어요. 공유주택 자체가 주거비를 낮추는 게 목적이니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죠.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다른 수익처를 찾아야 했죠. 2022년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전반적 주거 환경을 관리하는 시설관리업에 진입했죠.
처음엔 어려웠어요. 열정과 패기뿐이었죠. 삼촌의 마인드로 학생들 생일도 챙겨주고 집 관리도 해줬더니 입주자나, 건물주 모두 반응이 좋았어요. 그러다 코로나 시기에 한 번 더 위기가 왔어요. 코로나 탓에 학생들이 입주를 안 하니 관리비 수익이 확 떨어졌어요. 그 위기가 업무 범위를 대전 전체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어요. 지금은 학교, 상가, 도시형 생활주택 등 다양하게 113곳을 위탁관리해요. 3천 세대가 넘죠. 2021년 연매출이 3400만원이었는데 2022년엔 5억원으로 뛰었어요.
|
|
|
▲ 청년공유주택 입주자들과 함께한 팝업스토어로 대전시 동구 공동체활성화사업 우수사례로 선정되었다.ⓒ공공감성
|
|
|
청년과 지역을 잇는 연결, 함께 사는 동네를 꿈꾸다 |
|
|
-동네 ‘삼촌’ 역할하시면서 청년들이 겪는 어떤 문제들이 눈에 띄셨나요?
=청년들이 전세 사기 같은 부동산 관련 위험을 전혀 모르더라고요. ‘청년희망 멘토’로 선정돼 사회혁신센터에서 1인가구를 위한 부동산 강의를 했습니다. 청년이 겪는 문제는 광범위해요. 그중에서도 주거 문제가 있죠. 대전은 수도권에 비하면 월세가 싸요. 청년들이 꼽는 고민은 관계의 단절이죠. 코로나를 겪으면서 1인가구가 ‘핵’ 1인가구가 된 거 같아요. 원룸 등 작은 공간에 사는데, 동네 주민이랑은 연결이 안 돼요. 어차피 떠날 사람이라 생각하니 동네엔 관심도 없고요. 안타까웠어요. 청년들이 재능, 열정이 많은데 이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지역에 만드는 게 중요하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결’ 활동을 활발하게 하시더라고요.
=공유주택 주변 동네가 슬럼화돼 있었거든요. 학생들이 네트워크를 꾸리고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주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죠. 마을 골목 다니며 쓰레기 줍고, 플라스틱 뚜껑도 모으고, ‘내 방 청소하기’ 이벤트도 진행하고요. 공유주택 학생들이 저희 부동산 근처 먹자골목에서 팝업스토어도 운영했어요. 번 돈은 지역에 기부하고요. 지금도 바비큐 파티 같은 소셜 다이닝을 이어오고 있어요. 청년들이 정책 자료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홍보도 하고요.
|
|
|
▲ 내방청소이벤트(좌) , 대전청년기술학교 (우) ⓒ공공감성 |
|
|
-올해부터 ‘새마을원동’ 청년마을까지 운영하십니다.
=청년들이 연결될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들고 그 연결이 창업까지 이어지면 좋겠더라고요. 그러면 청년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죠. 대전엔 대학이 많아 타 지역에서 유입하는 청년인구가 꽤 있는데 그보다 더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요. 청년마을은 우여곡절 끝에 운영기한 1년을 남겨 두고 운영주체가 바뀌게 됐어요.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야 하니 걱정이었어요. 2025년 2월, 제가 만으로 39살이 되니 ‘마지막 청년의 시간 불태워 보자’ 생각했죠.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창업과 수익 창출이라고 생각했어요. 청년마을 사업을 시작하고 점포 5곳을 청년 창업가들의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옷가게예요. 원룸에서 빈티지옷을 팔던 여학생었는데 라이브 방송을 잘 했어요. 늘 싹싹하고 잘 따라와주는 친구를 데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같이 참여하고 비즈니스 모델도 함께 고민했습니다. 최근에는 무신사 지원사업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돼 무신사와 함께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해요. 이렇게 패션의류매장, 식당, 문구샵, 예술가갤러리, 의류메이커 공간을 철공소 골목에 오픈했어요.
|
|
|
▲ DIT(Do It Together, 함께 만들기) 워크숍 ⓒ공공감성 |
|
|
모두가 안전하고 따뜻한 동네를 만드는 주거관리 기술학교 |
|
|
-주거관리 기술학교는 어떻게 열게 되신 거예요?
=저희가 관리하는 건물에 사시는 분들 다수가 1인 가구에요.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 일을 찾게 됐죠. 방충망 교체 같은 건 간단한 수리인데 방법을 몰라서 지출이 느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희가 생활 수리에 강점이 있거든요. 2년 전 대전 청년내일재단, 유성구청 등과 협력해서 청년 대상으로 시작했는데 고령자까지 확대됐어요. 지역도 옥천까지 확대되고요. 올해 주거관리 기술학교에 참여한 고령자는 1천 여 명이에요. 지방정부 예산으로 진행돼 수강생은 무료로 들을 수 있어요. 내년엔 더 많아질 거 같아요.
회차를 거듭하면서 저희도 더 전문적으로 바뀌고 있어요. 교재를 만들고 있죠. 문고리 교체 실습을 하려면 오브제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샷시 공장에서 미니사이즈로 비싸게 제작했어요. 앞으로 그런 오브제도 필요한 곳에 공급할 수 있도록 상품화해보려고요. 기술학교를 중심으로 군단위 수리 인프라를 제공하고 싶어요. 기술학교 수료자 중 우수자가 심화 코스를 밟고 이 분들이 지역의 수리를 맡는 거죠. 저희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요.
|
|
|
▲대전 유성구 신성동 기술학교 단체사진 © 공공감성 |
|
|
-다른 계획은요.
=충남 금산군에서 2019년부터 3년 동안 ‘유유자립’이라는 프로젝트를 한 적 있어요. 저 포함 3명이 한 팀이 돼 청년들을 만났어요. 코로나 기간이라 노트북 들고 시골로 온 청년들이 있었어요. 그 청년들이랑 지역 주민이 함께 김장도 하고 막걸리도 마셨죠. 금산 지역 '찐' 로컬 단체를 찾아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어요. 귀농귀촌한 젊은 부부와 함께 호박을 수확해 호박죽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군수님이 바뀌면서 정책의 방향도 변경되어 사업은 멈추었지만 저희는 로컬스테이 거점을 만들어 현재도 금산에서 로컬관광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시설관리업을 확장하면서 지역에서 이런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요. 수리 콘텐츠를 넣을 수 있겠죠. 교통약자가 있는 지역에선 집에 뭐가 고장이 나도 고치기가 쉽지 않아요. 이런 마을에 ‘수리하는 날’을 정해서 방문하는 거죠. 지금 주거관리 기술학교 수료자 2명을 선정해 저희와 함께 일하고 있어요. 모두가 안전하고 따뜻한 곳이 저희가 꿈꾸는 동네입니다. 저희는 인구소멸지역과 대전에서 한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장을 꿈꾸고 있어요. 저희와 함께할 플레이어들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
|
|
▲금산군에서 청년들과 함께 한 유유자립 활동사진 ⓒ공공감성 |
|
|
-먹고 사는 일과 사회적 가치 ‘두 마리 토끼’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첫 번째로 적절한 배분이 필요해요. 소셜미션에 몰두되면 회사가 어려워지고 회사재정을 생각하면 본질이 흐려지다보니 적절한 시간과 노력의 분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공익적 사업을 최종적 목표로 두되 기업가 마인드로 철저하게 계획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함께하는 공동체입니다. 혼자서는 절대 이룰 수 없어요. 열정과 노력이 모여야 ‘소셜임팩트’를 만들 수 있어요. 먼저 함께하는 직원들과 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비전을 그려나가야 해요. 실패는 두려워하지 말되 선배님들을 찾아가서 늘 묻고 답하면서 리스크를 줄여나가길 권합니다. |
|
|
▲ 모두에게 안전하고 따뜻한 동네를 만드는 공공감성 구성원 © 희망제작소 |
|
|
글: 희망제작소 시민연결팀 김소민 연구원, 사회혁신팀 안영삼 연구원 |
|
|
『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시리즈』는 자신이 발 딛고 선 지역에서, ‘먹고사는 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공익 활동이나 창업이라는 익숙한 틀을 넘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온 새로운 시민들. 희망제작소는 이들을 ‘소셜디자이너’로 호명합니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묻고 싶습니다. 작은 실천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지역을 움직이는 힘이 되는지. 인터뷰 시리즈가 또 다른 누군가의 상상과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
|
|
함께 한 기억, 함께 할 희망 - 2025 희망제작소 후원의 밤
우리가 함께 걸어온 시간 속엔 작은 변화를 향한 수많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 기억들은 오늘의 희망이 되고, 내일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됩니다.
희망제작소는 그 빛을 모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함께한 당신과, 함께할 희망을 이어갑니다.
희망제작소 후원의 밤에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세요.
일시 2025. 12. 17.(수) 오후 6시 30분~8시 30분 (오후 6시 30분부터 저녁식사가 제공됩니다.)
장소 문화공간 온(서울 종로구 종로 77 통일빌딩 3층) 1호선 종각역 11번 출구 |
|
|
[희망브리프] 소셜디자이너 성과 측정 제안
소셜디자이너의 활동 성과를 측정한다면 지역사회에서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증명하여 지속적인 사회적 투자와 관심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요.
|
[희망브리프] 소셜디자이너 리포트 희망제작소가 그간 만났던 소셜디자이너 32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살고, 일하고 연결하는 청년들의 지역살이,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살펴봤어요. |
|
|
이번 주 소식 어땠나요?
1명의 후원이 변화를 만듭니다
|
|
|
희망제작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92 | 02-3210-0909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