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요?
= 30대 중반 여성의 사례였습니다.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혼자 어린 자녀 둘을 키우고 계셨습니다. 근저당이 설정된 시가 2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가 있었는데, 남편이 돌아가신 이후 수입이 급감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해 연체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기관에서 경매를 신청하겠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그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아이들과 함께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처음 상담을 오셨을 때 “집만 지킬 수 있으면 어떻게든 살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 한마디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검토해 보니 주택담보대출채권연계형 개인회생을 활용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이 제도는 주택담보대출은 기존 상환 조건을 유지하면서 나머지 무담보 채무만 회생 절차로 정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입니다. 잘 활용하면 집을 지키면서도 채무 부담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신청서와 변제계획안을 꼼꼼히 준비해 법원에 제출했고, 10년 동안 주택담보대출 이자만 납부하면서 경매를 유예할 수 있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같은 집에 살면서 채무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신용회복위원회와 대출은행을 설득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 서류를 신속하게 준비하면서도 오류가 없어야 했습니다. 절차가 마무리된 뒤 “아이들에게 집을 지켜줄 수 있었다”고 하셨을 때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파산신청을 하신 30대 후반 여성도 기억에 남습니다. 퇴직금과 소액 대출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아이 둘을 키우던 분이었는데, 창업 2년 만에 폐업하게 되었습니다. 임대차 보증금 반환 분쟁과 거래처 미지급금, 대출이 남아 있었습니다. 파산신청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파산·면책은 부모의 채무가 자녀에게 승계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현재 상황을 법적으로 정리해야 아이들과 함께 새 출발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이 사례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살고 있던 집이 소액보증금 보호 대상이 아니어서 임대차계약이 해지되고 보증금 전액을 파산재단에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생계비 면제 절차를 통해 약 4000만 원을 면제받아 보증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의뢰인의 깊은 자책을 덜어드리는 것까지가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