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소셜디자이너들이 보내온 편지 ✉️
희망제작소가 지난 달 청년 32인의 인터뷰를 모은 <소셜디자이너 리포트>를 발행했는데요. <소셜디자이너 리포트>에 등장한 소셜디자이너 중 9명은 자신의 일과 사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과정을 알리고, 청중심사단인 시민들이 모의투자로 응원하는 <사회적가치투자 대회>(SIR대회) 참여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2024년 끝자락, 희망제작소가 던진 '로컬에서 소셜해서 외로운가요'라는 질문에 응답한 이들이기도 하죠.
인생은 이벤트보다 일상으로 꾸려지는 법!👀 SIR대회 무대 위에 섰던 소셜디자이너들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요? 로컬과 사회를 바꾸는 진짜 이야기는 어쩌면 무대에서 내려온 그 순간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릅니다. 2025년 봄, 희망제작소가 다시 물었습니다. “로컬에서 소셜한 일상은 안녕하신가요?🙋” 이 질문에 전국 각지의 소셜디자이너가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여전히 소셜디자이너로 살고 있어요!”
서로 다른 지역과 삶의 조건 속에서, 각자의 방식과 속도로 여전히 실험을 이어가는 9명의 소셜디자이너. 그들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요? 다가올 내일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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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서(비유니크): 천안 남산에서 어르신과 향초를 만들며 커뮤니티를 만드는 소셜디자이너
- 김가현(스튜디오어중간): 강원에서 매거진 제작으로 투병인과 투병문화를 알리는 소셜디자이너
- 김인호(삼삼은구): 홍천 산골마을에서 어르신과 함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
- 배준호(BCY엔터테인먼트): 부산에서 최초 비영리연예기획사를 차린 소셜디자이너
- 심재신(내마음은콩밭협동조합): 대구에서 뇌전증 환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소셜디자이너
- 우동준(일종의격려): 부산에서 고립이 아닌 연결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소셜디자이너
- 이종건(오롯컴퍼니): 전주에서 경계선지능인, 성인ADHD을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소셜디자이너
- 정대웅(플로깅울릉): 울릉에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과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소셜디자이너
- 최재엽(예그린애드): 광명에서 저탄소현수막을 제작해 임팩트프랜차이즈 꿈꾸는 소셜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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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웅(플로깅울릉): 2024년 한 해가 무척 힘들었는데, 심한 회의감으로 활동을 그만두고 싶었던 시기에 대회를 통해 청중심사단의 따뜻한 피드백을 받으며 큰 위로와 힘을 받았습니다. 2025년 새해를 맞이하며 감동의 말들을 출력하여 책상에 붙이며, 다시 열심히 움직여야지 다짐하게 되었어요.
- 최재엽(예그린애드): SIR대회 첫 회때부터 꼭 참여하고 싶었기에, 작년에 참가한 경험 자체가 큰 응원과 동력이 되었습니다. 3개월이 넘게 흘렀지만 무대와 청중으로부터 받은 긴장감과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대회에서 선보인 ‘임팩트 프랜차이즈’ 아이디어에 공감과 응원 보내주신 덕분에, 저와 같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스몰비즈니스 영역의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어요.
- 김가현(스튜디오어중간): (SIR대회 이후) 지난 겨울은 유난히 시리고 추웠던 기억이 가득하네요. 저는 강원에서 폭설과 제설을 무한 반복하는 듯한 겨울을 보냈습니다. 하나의 결과물로 나타나 세상의 빛을 보고 공유되기까지, 많은 이들의 응원과 손길이 함께한다는 걸 절절히 깨달았습니다. 이 경험은 자연스럽게 매거진 <병:맛>을 만든 지난 과정과 겹쳐졌어요. <병:맛> 1호를 제작하며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 보이던,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던 한계를 여러 사람의 지지와 참여로 겨우 해냈거든요.
- 이종건(오롯컴퍼니): SIR대회를 통해 받은 투자금은 경계선지능인과 ADHD인을 위한 정책연구에 사용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현재는 AI 기반 인지보조 웨어러블 디바이스 'ADDY'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계선지능인과 성인ADHD에 대한 관심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신경다양성, 뇌신경학 관련 블로그도 시작했습니다.
- 심재신(내마음은콩밭협동조합) 청중심사단께서 주신 “사회적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와, “뇌전증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응원한다”는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특히 “당사자성이 잘 드러나고, 이를 통해 사회문제를 재해석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순수한 활동으로 이어나가 임팩트를 낼 수 있는 활동”이라는 평가가 정말 감사했고, 앞으로 더욱 이 방향성을 강화해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 우동준(일종의격려): 시민들이 심사평에 남겨주신 “수프가 식지 않는 거리에 사는 사람을 이웃이라고 한다”는 문장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이웃의 기준을 ‘거리’보다 ‘온도’로 말하는 철학 덕분에, 제가 당장 무엇을 해야할 지 알 수 있었습니다. 대회 상금으로 작은 워크숍 도구를 제작하고, 좋은 재료를 구입해 ‘수프 클래스’를 만들어 참여하고 싶은 분들을 무료로 초대했어요. 1인가구 청년 커뮤니티를 만드는 실험을 해보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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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격려가 1인 청년가구를 위해 진행한 '수프클래스' ⓒ일종의격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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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호(삼삼은구): 농촌에 폐농약·폐농약병 수거와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재)숲과나눔에서 운영하는 ‘초록열매 농촌쓰레기 컬렉티브’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삼삼은구는 그간 생활쓰레기를 관리해왔던 ‘텃밭모아’를 통해 영농폐기물 문제를 마을에 공론화하는 실험을 펼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강원 홍천군 환경과, 군의원, 농협,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포럼을 열어 농약관리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블로그)도 있었어요.
- 최재엽(예그린애드): 예그린애드는 지금도 지역에 해를 끼치지 않는, 긍정적인 임팩트를 만들며 재무적 성과를 달성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생 폴리에스테르를 활용한 저탄소 현수막과 지역 홍보물을 제작해 판매하면서, 탄소배출 저감과 사회 기부를 연계하는 구조를 더욱 열심히 운영하고 있고요.
- 강민서(비유니크): 꼴라주 전문 스튜디오 ‘마음아카이브’ 안유림 작가님과 함께, 어르신들과 ‘집’을 주제로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나에게 집이란 무엇인가요?”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작업인데요. 그림을 어렵게 느끼시던 어머님들도 젤프린팅, 컷팅, 레이어링 등을 활용한 수업에 조금씩 자신감을 갖고 작품을 완성하셨어요. 어느새 작은 전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 심재신(내마음은콩밭협동조합): 대회에서 받은 투자금은 제주 뇌전증 환자와 가족의 삶을 담은 리얼 다큐멘터리 제작에 쓰이고 있습니다. 다큐 <한 걸음 더>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최지연님과 딸 예린이의 일상을 따라가며, 제주에서 뇌전증을 치료하기 어려운 현실과, 제주를 포함한 지역 의료 인프라의 열악함을 담는 프로젝트입니다. 또 ‘뇌전증 생활실험실 <번쩍번쩍 에필랩> 시즌2’의 성과공유회를 마무리했습니다. 뇌전증 생활 전문가로서 당사자, 가족들과 멘토, 전문가, 시민이 함께 불편함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생활실험 프로젝트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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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니크가 어르신들과 함께 진행한 '나의 집은 무엇인가요' 꼴라주 작업 ⓒ비유니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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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가현(스튜디오어중간): 투병은 당사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병:맛> 3호는 이 한줄로부터 시작됩니다. 투병의 시간은 환자 본인만의 것이 아니기에 고통의 곁을 지키는 ‘돌봄’을 키워드로 이야기를 담아내보려합니다. 혹시 ‘투병의 주변인, 고통의 곁’이라는 주제를 듣고 떠오른 생각, 매거진에 대한 아이디어, 꼭 다뤄졌으면 하는 질문이 있다면 언제든 제안(인스타그램)해주세요!
- 정대웅(플로깅울릉): 평소처럼 울릉에서 꾸준히 플로깅 활동(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는데요. 새롭게 시도하는 활동으로는 3년 전 울릉도 내 풍선 날리기 퍼포먼스를 없앤 활동의 연장으로, 울릉도 내 환경크리에이터분들과 함께 울릉군청에 ‘불꽃놀이 퍼포먼스 지양하자’라는 의견을 전했고요. 울릉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조례 제정조례안 입법에 대한 의견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 배준호(BCY엔터테인먼트): 시각장애인 배리어프리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꿈꾸는베프’라는 사회적기업과 협업해 시각장애인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자작곡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공모사업에도 선정되었는데요. 올해 중순부터 2026년까지 바쁘게 움직일 예정(인스타그램)입니다.
- 이종건(오롯컴퍼니): 올 하반기에는 ‘ADDY’의 시제품을 완성하고, 실제 신경다양인 분들과의 테스트를 통해 더 정교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책연구, 기술개발, 디자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일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와 협력할 예정입니다.
- 강민서(비유니크): 어르신들과 함께한 꼴라주 아트워크 클래스 ‘행복한 나의 집’의 결과물을 담은 작은 전시를 앞두고 있어요. 신제품 ‘피오니’를 판매하는 마켓에서 어르신들의 꼴라주 작품을 함께 전시할 예정이에요. 링크앤라이프(비유니크)의 향기로운 새 출발과 어르신들의 전시가 궁금하다면, 언제든 오셔서 직접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향으로 지역과 사람을 잇는 좋은 브랜드로 성장하겠습니다.
- 우동준(일종의격려):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진심 어린 나눔이 지속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토대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넓은, 다양한 지역 파트너와 관계 맺는 일을 확장해나갈 예정인데요. 그래서 올해엔 지역 커뮤니티 센터, 복지관, 학교와 더 많은 실험을 동행하려 합니다. ‘수프가 식지 않는 거리’의 경계가 계속해서 넓어지길, 더 많은 이웃과 다른 하루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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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끝났지만, 실험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해 SIR대회에서 만난 소셜디자이너들은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꿈꾸고, 시도하고, 도전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날의 발표는 일회성 무대가 아닌, 삶을 움직이고 지역을 바꾸며 사회적 가치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SIR대회가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도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셜디자이너와 청중심사단, 소셜디자이너,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숨은 소셜디자이너와도요.
소셜디자이너는 소멸되고 있는 지역에서 희망을 찾는 우리 사회의 가능성입니다. 희망제작소는 2025년에도 소셜디자이너와 함께 지속가능한 시민활동으로 두근거리는 사회변화, 시민이 만드는 사회혁신을 만들어갑니다.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의 주인공은 어쩌면 당신일지도요!
📬 이 콘텐츠는 2024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 참여 소셜디자이너들이 직접 작성한 편지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글: 최나현 희망제작소 사회혁신부문 선임연구원 trami@makehope.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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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뒤흔든 시국을 통과해 조기 대선까지 치른 현재, 새로운 출발선에 섰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 속 생각과 태도를 통해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디쯤 와 있는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지난 달 23일부터 시작한 설문조사에 300명 넘게 참여해주셨습니다. 소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추첨을 통해 기프티콘 지급해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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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92 | 02-3210-0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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