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소리’를 소개해주신다면.
=강원도 춘천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인근 군 단위에서도 저희 센터를 방문하고, 학교나 교사 교육은 전국 어디든 요청이 있으면 갑니다. 저희는 느린학습자를 위한 생애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어요. 유아기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거든요. 무엇보다 저희가 가치를 두는 건 느린학습자의 자립입니다. 느린학습자 청년 당사자들을 만나보면 자립에 대한 욕구가 커요. 부모님들은 '내가 하루라도 더 살고 죽겠다'라는 말씀을 하시고요. 그래서 유아기 활동부터 모든 활동이 자립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셨나요?
=저는 느린학습자를 키우는 엄마예요. 2021년 즈음, 수도권과 달리 강원도에선 느린학습자란 개념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병원에서도 생소해했고요. 학교, 복지기관 문을 두드렸는데 모르더라고요. 교육청에서는 '느린학습자가 뭐예요?'라고 저한테 물었어요. 느린학습자라고 하면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정도로 치부하는 분위기였어요. 검사해야 정확히 알 수 있는데 50여 만원하는 검사비 지원도 없었고요. 검사하고 나서도 병원에서 ‘애가 부족한 걸 채워주세요’라는 식으로 끝이에요. ‘어떻게’ 채우는지 부모가 알 수가 없으니 검사만 받고 마는 경우도 있어요. 부모가 일일이 정보를 찾아야 했어요.
원래 학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어요. 사회 취약 계층 아이들을 복지와 연결하고 아이들 상담도 했죠. 제 아이가 언어치료, 인지치료, 작업치료를 다 받아야 하는데 누가 전담해 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아이 돌봄에 집중했어요. '나만의 문제가 아닐 텐데, 왜 개인이 감당해야 할 일로만 치부될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부를 해보니, 느린학습자가 전체 인구의 13.59%라고 합니다. 한 반에 3~4명이잖아요. 춘천사회혁신센터에서 경계선지능인 리빙랩 활동을 진행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조기 개입이 정말 중요하고 부모나 학교에서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21년 12월 춘천사회혁신센터에서 진행하는 비영리스타트업 공모사업에 응모했습니다.
-2022년부터 본격적 활동을 시작하셨는데 그간 여러 가지 일을 하셨어요.
=처음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학교에 이런 아이들이 많은데 학교에서 케어를 못 하잖아요. 그렇다고 모두 치료실에 다닐 수도 없고요. 그럼 이 아이들은 다 어디가 있지? 그게 궁금했어요. 저는 서울 부모커뮤니티에 참여해 정보를 많이 얻었는데 강원도에는 ’느린학습자‘ 부모 모임이 없었어요. 그것부터 만들었죠. 정보 공유하고 아이들 같이 놀게 해주자는 취지였어요. 부모도 양육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었고요. 그때는 좀 화가 났었던 거 같아요. 교육청도 복지관도 왜 다 나 몰라라 하지?
점점 부족한 게 보였어요. 청년들한테 상담 전화가 엄청나게 오는 거예요. 느린학습자 ‘성인’들을 만나보니 상황이 더 취약했어요. 죽음의 문턱에 가 있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청년 지원사업, 자립 훈련도 하게 됐고요. 그런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더 어릴 때부터 기초학력뿐만 아니라 관계형성 능력, 사회성을 키우고 자립 교육을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죠. 학교 안으로 들어가 프로그램에 하면서 교사 교육도 하고 교육간담회도 열며 확장하게 됐어요. 활동하다 보이는 것들이 사업이 되는 것 같아요. 해야 할 사업이 많아요. (느린학습자)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자살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반 청소년에 비해 지지 체계가 너무 없거든요.
-‘느린학습자’ 청년들의 모임도 만드셨는데요. 청년들이 겪는 대표적인 어려움은 무엇이고, 자살 시도 방지를 위해 어떤 사업을 벌이실 계획인가요?
=청년들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취업이 이루어져야 하고요.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도 있고요. 매주 집단 활동을 통해 사회성, 관계형성 훈련을 하고 있어요. 정기적으로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 이들에겐 전문가 멘토링을 하고요. 현재 ‘느린학습자용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어요. 전문가 자문을 받아 아산나눔재단 지원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학교와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부모 모임부터 꾸려가셨는데 처음엔 어떻게 사람들을 모으셨어요?
=엄청 홍보했어요. 부모들 인터뷰하고 간담회하고 그러면서 한 두 분씩 모이기 시작했고 지금은 (모임에 참여하는 부모가) 200명 정도 돼요. 프로그램에 늘 참여하는 아이들은 약 50명, 청년은 10명 정도 있어요. 스타트업 지원은 후배랑 같이 시작했어요. 지금은 당사자 부모 두 분 등 저를 포함해서 4명이 일하고 있어요. 급여는 공모사업이나 학교 활동 등 수익사업, 후원금으로 나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