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시리즈 ✒️ '핫플레이스 성수에서 순환경제가 가능할까?
㈜의식주의 윤태이 대표 @서울 성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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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로컬(local)’이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띄는 요즈음입니다. ‘로컬’은 사회혁신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키워드이자, ‘시장’에서도 통하는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로컬이 뭘까?’라는 물음에 여전히 멈칫합니다. 우리의 상상력과 논의가 여전히 ‘시골’이나 ‘고향’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하거든요.
소셜디자이너에게 ‘로컬’은 완전히 다른 의미입니다. ‘일하고, 활동하고, 살아가는 근거지’로서 문제정의와 실행이 연결되는 책임의 범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셜디자이너에게 로컬은 나만의 관점과 이야기를 세상에 건네는 소통의 방식이자 전략입니다. 일상의 불편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새롭게 문제를 정의하고, 상상력으로 해결 방법을 도출하고, 지역 자원을 연결해 성과를 쌓아가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로컬을 행정 구역이 아니라, ‘삶을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설계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지’로 설명하기도 하죠.
“로컬은 주소지가 아니라 실천의 무대”라는 말을 성수동 위에 올려놓으면, 하나의 이름이 또렷해집니다. 서울에서도 가장 ‘핫’한 동네, 성수동에서 (주)의식주의를 운영하는 윤태이 대표는 로컬이 문제–자원–사람–학습이 연결되는 기회의 공간임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의식주에 지속가능한 의미를 더한다’는 뜻처럼, 수 많은 관광객이 찾는 성수동 호텔에서 배출된 폐침구는 그의 손을 거쳐 재생 펠트와 업사이클 제품으로 재생산되고, 교육용 친환경 키트가 되어 아이들과 시민을 만나고 있습니다. 일과 삶 전체를 걸고 책임지는 자신만의 로컬, 성수동에서 시장과 공공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속가능한 구조를 설계하는 소셜 디자이너, 윤태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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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개발한 재생 펠트 리본 슬리퍼 제작 키트를 들고 있는 의식주의 윤태이 대표 ⓒ(주)의식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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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창업이 대학생 때였다고요! 일찍부터 사업에 대한 의지와 꿈이 있으셨던 건가요?
= 대학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했어요. 졸업을 앞두고 여성학을 필수로 들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교수님께서 ‘여성 창업가 양성과정’을 들으면 최고 학점을 주겠다고 하셔서 덜컥 신청했죠. 성공한 여성 창업가를 모셔 이야기를 듣는 수업인데, 오히려 거리감이 느껴졌어요. '대단한 영웅 같은 사람이 창업을 하는 거구나. 나는 회사나 열심히 다녀야겠다.' 그렇게 다짐했죠.
그런데 제가 창업은 관심 없어도 성적엔 진심이었거든요. 높은 성적을 받고 수상하면서 얼떨결에 창업 지원과 팀원이라는 기회가 생겼어요. 대표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제가 하는 일이라면 뭐든 같이 하겠다는 팀원이 먼저 생겨버린 상황이었죠. '사업 아이템을 어디에서 찾아야하지?' 막막한 와중에 문득 딱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어요. 방학 때 캄보디아에 의료선교를 다녀왔는데, 옷이 산처럼 쌓인 모습을 봤거든요. 전부 선진국에서 수출한 중고 의류였어요. 패션 산업과 자본의 구조 속에서 사회적약자가 피해를 받는 걸 생생히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죠.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창업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중고 의류만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해 공모전에 냈는데, 운 좋게 상을 받아 첫 창업까지 연결됐어요. 하지만 회사를 운영해본 경험이 없으니 모든게 서툴었죠. 그때 제가 24살이었거든요. 한창 겁도 많고 고민도 많을 때잖아요. 1년쯤 지나니 팀원이 하나 둘 취업해 흩어졌고, 저도 사업을 정리하고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됐죠. 그만큼 확실히 배운 것도 있어요. ‘자원 순환과 착한 소비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브랜드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다.’ 그때 저만의 기준이 생겼어요. “창업자의 메시지는 반드시 사회와 연결되어야 한다”
- 고생하신 만큼 큰 깨달음을 얻었네요. 첫 창업을 정리한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 이후에는 패션, 뷰티 업계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10년 넘게 커리어를 쌓았어요. 무수히 많은 제품이 빠르게 만들어졌다가 폐기되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죠. 업계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불편함이 커지던 때 임신과 출산을 경험했어요. 제 몸과 생활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죠. 그래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뭘까?”를 다시 묻기 시작했어요. 언제,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했는지 들여다보기 위해 기록을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가진 재주로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할 때 가장 뿌듯하고 즐거웠다는 걸 알게 됐죠. 앞으로 아이와 함께 살아갈 세상과 제 고민을 연결해보니, 환경과 소비가 균형을 이룬 삶을 지향하며 살아가야겠다는 방향이 보였고, 그걸 업과 연결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런데 다들 “그런 건 비영리단체에서 하는 거지, ‘사업’이 아니야”라고 하더라고요. 다들 돈이 된다, 안 된다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거예요. 정말 외로웠어요. 그즈음 인생의 멘토 한 분을 만나게 됐어요. “좋은 취지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사업에 좋은 취지를 담아야 해요”라는 말을 듣고 깨달았어요. 저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막연하고 거대한 목표만 이야기하고 있던 거예요. 복잡하고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양질의 해결법이 필요하고, 개인이나 작은 회사가 모든 걸 해낼 수 없다는 점도요.
문제정의를 다시 했어요. 일회용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고, 일상에서 샴푸 대신 비누를 사용하는 행동만으로 환경에는 좋은 변화가 생기잖아요. 그렇다면 사람들의 불편을 친환경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도우면 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의식주의의 방향을 재정립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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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에 위치한 호텔에서 폐침구류를 수거나거나 제공받아 자체기술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한다.ⓒ(주)의식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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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일, 비즈니스로 연결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 처음엔 친환경 소비 정보를 제공하는 ‘쿠드베러(couldbetter)’라는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친환경 소비재 제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딱 1%에요. 기후위기, 비건, 동물권을 삶의 주요 가치로 고려하는 시민은 늘고 있지만 시장에서 친환경 제품은 여전히 가격이 비싸고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정보의 장벽도 있고요. 저도 그런 청년 중 한명으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서울특별시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환경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정책 논의에 참여했어요. 건강한 일상과 환경 교육으로 관심이 넓어지면서, 좋은 품질의 친환경 제품을 직접 만들고 제공하고 싶어 ‘의식주의’로 사업의 방향을 바꾸게 됐어요.
의식주의는 기후테크를 기반으로 의식주 전반에 걸쳐 친환경 솔루션을 개발, 판매하는 기업이에요. 크게 두 개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미닝랩(meanig LAB)’이라는 브랜드는 5성급 호텔의 폐침구나 산업 잉여 원단을 수거해서 재생 원단과 생활용품으로 만드는 사업입니다. 타월, 베개 커버, 웰컴 키트같은 맞춤형 제품은 물론, 재생펠트를 활용한 DIY 키트를 만들어 교육 시설, 복지 시설에 환경 교육을 제공하기도 해요. 다른 하나는 ‘에이엠앨(aml)’이라는 브랜드로, 여성의 피부를 위한 천연 염색 속옷과 파자마를 제작하여 판매하고요. 저희는 단순히 환경 친화적인 기업이 아니라, 사용자의 일상 속 불편 줄여 지속가능한 가치가 더해지도록 돕는 파트너가 되는 걸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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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내 작업자들과 협업하여 진행한 환경교육 프로그램 ⓒ(주)의식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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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동을 ‘나의 로컬’로 정의하고 일과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에요.
= 고향이 성수동은 아니지만, 브랜드를 기획하고 시제품을 만들던 때부터 자주 찾던 곳이라 익숙하기도 했어요. 패션 생태계의 핵심인 제작 공장, 창작자 네트워크가 이 지역에 밀집해 있었거든요. 성수동을 주요 활동 거점으로 삼게 된 건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 ‘소셜캠퍼스 온’에 입주하면서부터예요. 성수동은 소셜 벤처, 청년 창업, 디자이너의 활동이 활발한 곳이라, 동네를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협업과 커뮤니티가 생기는 특성이 있어요.
제가 이곳을 ‘내 이야기를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공간’이라 확신한 건,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고 환영하는 동네 분위기 때문이에요. 성동구 전체가 지속가능한 소재와 제품 개발, 지역순환경제 같은 주제에 대한 기업과 시민의 관심이 높은 곳이라 지역 내 협업이 빠르거든요. 물론 난개발과 임대료 상승 같은 구조적 어려움도 분명 존재하죠. 그럼에도 성수동은 제가 풀고 싶은 사회문제를 실험하고 성과를 쌓아 나가기에 가장 적합한 역동적인 공간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제 일과 삶 전체가 성수에 있는 만큼, 저는 이곳을 제 로컬이라 생각하고요.
- 성수동을 기반으로 폐자원, 특히 호텔 폐침구 발생 문제에 집중해 활동하고 있어요. 문제를 처음 인식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 한 5성급 호텔의 매니저님께서 “침구와 린넨을 폐기할 때 대부분 소각을 하는데, 다른 방법이 있느냐”고 물어보신 적이 있어요. ‘다른 사람의 몸에 닿았던 것’을 재사용했다는 데에서 오는 불안이나 거부감도 충분히 이해되지만,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이다보니 애초 품질도 좋고 비싼 원단을 사용하는 데도 청결 때문에 자주 교체되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질문을 바꿔봤어요. 폐기, 처리를 잘 할 방법이 아니라 그걸 재생산, 순환할 방법을 찾으면 어떨까?
찾아보니 폐섬유 재활용은 대부분 의류 폐기물 중심이더라고요. 호텔 침구류나 린넨처럼 대형, 혼합 소재 폐기물을 원단으로 재생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죠. 그래서 저희는 재생 펠트 제조 공정과 비접착식 압축 기술을 자체 개발해서 원단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친환경 재생산을 경험할 수 있는 업사이클 교육 키트를 만들었어요. 환경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한 소비자에게 묻는 게 아니라, 산업 구조 속에서 순환 가능한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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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식주의는 사회연대조직의의 청년기업가들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성수동에서 개최하는 ‘하늘빛프로젝트’에도 5년째 참여하고 있다. ⓒ(주)의식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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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폐섬유가 재활용되는 ‘순환’도 흥미롭지만,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도 지역 내에서 ‘순환’ 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예요. 대표님께 ‘순환’은 어떤 의미인가요?
= 의식주의를 시작할 때 두 개의 순환 구조를 설계해 적용했어요. 첫째, 생산과 소비의 순환입니다. 패션·섬유 산업은 빠른 생산과 소비에 기대어 과잉 생산과 폐기가 반복되는데요. 반면 저희는 주문 제작으로 딱 필요한 만큼만 생산해요. 재료의 소모도 줄고 재고 처리를 위해 할인 판매나 소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죠.
둘째는 산업 구조의 지역 순환인데요. 성수동은 카페·호텔·쇼룸이 밀집한 상업 지역이라 폐자원이 대량으로 발생되는 곳이에요. 이 배출을 전부 사회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다면, 문제가 곧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작년 한 해에 성수동에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300만명인데요. 그만큼 호텔 이용도 증가했죠. 저희는 이 수 많은 호텔에서 배출되는 폐침구를 수거해 생활용품과 업사이클 DIY키트로 재생산을 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 지역의 제작 업체, 디자이너, 환경 교육 강사와 협력해 동네 단위의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죠.
예를 들어 지난 8월 성동구청에서 한부모가족지원센터 아동 대상 자원순환 교육을 진행했어요. 성동구에 위치한 호텔이 폐침구를 제공하면, 저희가 자체 기술를 활용해 DIY 교육 키트로 업사이클링하고, 지역에서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는 환경 전문가가 그 키트를 활용해 환경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었어요. 저희 회사 혼자 만들 수 있는 변화에는 한계가 있어요. 여러 사람, 기업이 협력해서 만드는 임팩트가 훨씬 크고 강력할 수 밖에 없고요. 여러 주체가 지역에서 유연하고 긴밀하게 연결될 때, 더 유의미한 문제해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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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의 브랜드 중 하나인 ‘미닝랩’은 재생펠트를 활용한 교육 도구를 만들어 청소년, 청년, 시니어 등 다양한 시민에게 자원재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주)의식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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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해법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창업의 여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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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주의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면서, 동시에 지속가능한 환경교육도 병행하고 있네요.
=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건,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입고(의), 먹고(식), 생활하는(주) 모든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소비를 쉽게 실천하도록 돕는 거예요. 의미있는 소비가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달되려면, 자원 순환에 대한 직접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여전히 성인은 물론, 청소년과 어린이가 자원 순환을 경험하기 위한 교육 자료와 도구가 충분치 않아요.
그래서 저는 의식주의를 만난 시민들이 구매를 넘어서, 폐자원을 자기 손으로 새로운 물건으로 바꾸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일상 속의 변화를 체감하길 바래요. 그런 이유로 교육 키트와 워크숍 프로그램을 사업의 주요한 브랜드 중 하나로 운영하고 있고요. 제가 환경 문제 해결을 업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인생의 장면을 더 많은 어린이, 청소년이 경험하면 좋겠어요. 인식 개선과 태도 변화가 근본적인 해결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 공공과 행정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탐색해 연결하고 계신데요. 어떤 기관들과 어떻게 협력해오셨나요?
= 사업장 소재지인 성동구청을 비롯해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같은 중간지원조직부터 서울디자인재단,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 공공기관까지 다양한 기관과 꾸준히 협력해왔어요. 창업 초기부터 공공 지원을 적극적으로 찾아 활용했고, 지금도 사업의 주요 자원으로 꾸준히 관계를 맺고 있죠. 지역사회문제해결형 창업은 새롭게 배워야 하는 영역이었기 때문에 여러 도움이 필요했거든요. 덕분에 시제품 제작 지원, ESG아이디어 공모전 같은 재정적 지원부터, 사회적기업 컨설팅, 회계 교육 같은 실무 지원까지, 초기 창업자에게 필요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지원받았어요. 사업 방향을 객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아쉬움도 있죠. 창업 초기 행정 지원이 매우 유용하지만, 대개 6개월~1년 단위로 한정적이라 후속 연계가 부족해요. 실제 시장 진출과 성장으로 이어지기엔 충분치 못한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의식주의는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지만, 자원 연계가 가능한 지점을 제안하고 협업하면서 저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기업도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도록 장기적 지원 모델의 가능성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 자원부터 기술까지 전부 직접 발굴하고 구축해오셨잖아요. 힘들고 어려운 때도 분명 있었을 텐데요.
= 창업한 걸 후회하는 순간 당연히 있죠. 내 가설이 틀렸음을 인정해야만 하는 순간도 자주 발생하고요.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좌절과 실패가 수시로 찾아와요. 그러면서 기존의 세계가 전복되는 경험을 해요. 창업은 결국 내가 나를 오롯이 책임지는 과정이거든요.
지원 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수익을 창출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을 만드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 많은 시간과 자원, 지지가 필요하거든요.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죠. 폐자원 수거나 순환 제조를 지원하는 표준 프로세스가 없어요. 업사이클 소재 개발과 제품화 또한 국내 인프라가 불충분하고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어도 상업적 이익보다 공익적 가치를 우선하면 성장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죠. 그러다보면 쉽게 자금과 인력의 한계에 부딪히고요.
공적인 가치와 시장 경쟁력 둘 중 하나만 보기도 바쁜데, 둘 다 잘해내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은 아닐까? 생각이 들 때도 있죠. 하지만 어려운 요소를 하나씩 제거하거나 개선해가는 과정 자체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이라고 생각해요. 그 힘이 쌓이면 저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 거고, 다음엔 동료와 회사, 장기적으로는 업계에서도 일정 부분 책임을 갖고 기여할 거라고 믿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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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정경제과에서 의식주의 제품을 보고 있는 모습(좌)과 서울여성창업아이디어공모전에서 수상한 모습(우) ⓒ(주)의식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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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주의의 다음 스탭은 무엇인가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궁금해요.
= ‘로컬에서 출발해 글로벌로 순환하는 자원 모델’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예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정규화해서 공공이나 지자체의 환경 교육 교구, 커리큘럼으로 연결하고 싶어요. 이후에는 호텔 폐침구 수거 모델을 해외 관광 도시에도 적용해 순환의 고리를 글로벌로 확장하는 실험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의식주의의 수거, 재생 기술을 ‘임팩트 프랜차이즈’ 형태로 동남아 관광지나 유럽의 리조트에도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께는 너무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처음엔 “모든 걸 친환경으로 해야돼”라는 부담이 컸어요. 그런데 오래가지 못하더라고요. 오늘의 내가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에서 문제 해결이 시작된다는 믿음을 전하고 싶어요.
글 : 희망제작소 사회혁신팀 최나현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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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시리즈』는 자신이 발 딛고 선 지역에서, ‘먹고사는 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공익 활동이나 창업이라는 익숙한 틀을 넘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온 새로운 시민들. 희망제작소는 이들을 ‘소셜디자이너’로 호명합니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묻고 싶습니다. 작은 실천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지역을 움직이는 힘이 되는지. 인터뷰 시리즈가 또 다른 누군가의 상상과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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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프] 소셜디자이너 성과 측정 제안
소셜디자이너의 활동 성과를 측정한다면 지역사회에서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증명하여 지속적인 사회적 투자와 관심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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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프] 소셜디자이너 리포트 희망제작소가 그간 만났던 소셜디자이너 32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살고, 일하고 연결하는 청년들의 지역살이,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살펴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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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소식 어땠나요?
1명의 후원이 변화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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