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은 누굴까?
둥, 둥, 둥. 이상호(49) 씨를 처음 본 건 2024년 봄입니다. 흰색 한복을 입은 그가 상주초 매구패를 이끌고 길을 냈습니다. 눈이 시린 5월 하늘에 ‘농자천하지대본’ 깃발이 날렸습니다. 꽹과리, 장구 장단에 맞춰 남해 상주초등학교 아이들이 모내기하러 동고동락협동조합의 치유농장으로 향했습니다. 모내기하다 쉬는 아이들에게 그는 노동요를 가르쳤는데요. “얼씨구나, 지화자 좋다.” 아이들은 좀 따라 하다 빵을 뜯어 먹었습니다.
두 번째로 그를 본 건 은모래해변 캠핑장에서입니다. 반려견 몽덕이를 데리고(몽덕이가 절 데리고) 캠핑장을 갈지자로 휘젓고 다니고 있었어요. 검은 면티에 턱수염이 거뭇하게 난 남자가 다가왔습니다. “캠핑장에 개는 못 들어와요.” 캠핑장 관리자인 상호 씨였어요.
“술래가 돈다, 술래가 돈다.” 올해 대보름 상주면 달집태우던 날, 이층 높이 대나무 더미에 붙은 불꽃이 흰 달을 낚아채려는 듯 솟아올랐습니다. 상호 씨 목소리에 다들 홀린 듯 옆 사람과 손을 잡고 불꽃 주변을 돌았습니다. “발치기, 발치기, 발치기” 거의 주술입니다. 저도 모르게 옆 사람과 짝을 이뤄 발치기를 하는데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어요. “손치기, 손치기, 손치기.” 검정 패딩을 입은 중학생 남자애들이 자지러집니다. 세로로 하늘과 땅, 가로로 사람들이 연결돼 그 안에서 제가 사라지는 거 같았습니다.
1년 전께, 제가 책방지기를 맡았던 은모래마을책방 개업을 앞두고 행사를 걱정했더니 동네 사람이 그랬습니다. “걱정을 말아. 상호 씨한테 이야기하면 다 해결돼. 매구패 노래 중에 개업송도 있어.” “그 사람 직업이 대체 몇 개예요?” “가수이기도 하지! 군민의 날 화전가요제 1등 했잖아.” 올가을 끝자락, 끝내주는 기타 소리가 나서 해변 무대로 가봤더니 그가 연주하고 있더군요. 동네 사람들과 결성한 은모래밴드 공연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