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년후견 개시 청구 관련 상담도 하시는데요. 현장에서 느끼시기에도 수요가 늘고 있나요?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관련 상담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어제도 성년후견 관련 상담을 했는데요, 치매에 걸린 어머니 명의로 아파트가 있는데 자녀들이 이를 역모기지로 전환해 어머니 간호비나 생활비로 쓰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본인이 치매 상태라 계약이 불가능했죠. 후견 개시 심판 청구는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후견인 또는 후견감독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청구해요. 법원이 피후견인의 의사와 상황, 이해관계, 수행능력, 갈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후견인을 선임합니다.
- 성년후견인으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요?
=가족 간 갈등이 심하고 쟁점이 복잡해 개인 후견인이 다루기 힘들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법인을 후견인으로 선임합니다. 법인은 다양한 사례를 다뤄 정보를 축적해 왔고 내부적으로 자문 기구가 있어서 함께 논의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사)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가 법인후견인으로 선임된 사건의 후견사무담당자로 활동을 했어요. 첫 사건이 기억에 가장 남는데요. 사별한 어머니가 치매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이었고, 자녀들 사이 갈등이 심했어요. 수십 년간 쌓인 갈등이 한꺼번에 터진 거예요. 다른 자녀가 어머니 명의 재산을 유용할까봐 후견 개시를 청구한 경우였어요. 어머니로부터 상속한 재산에 대한 세금도 처리해야 했고요. 후견 심판 진행 중에도 자녀들 사이에 치열한 대립이 있었어요.
- 후견인의 업무 범위가 재산 관리부터 신상 보호까지 넓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일하시나요?
=신상 보호 측면에서는, 피후견인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면서 본인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고 가족의 돌봄이나 의료적 보호가 적합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주거지·의료시설 등을 결정해요. 피후견인의 성향, 의향을 알아야 하는데 피후견인은 의사소통이 안 되니까 가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해요. 생애사를 다 듣죠.
신상 보호를 놓고도 가족 간 대립이 심하거든요. 앞서 소개한 경우를 보면, 한 자녀는 서울 외곽에 시설 좋고 비용이 비싼 요양병원을 고집했어요. 다른 자녀는 가족들이 더 자주 찾아뵐 수 있도록 가깝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을 주장하고요. 제가 양쪽 요양병원을 모두 방문해 보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족들이 방문하기 좋은 가까운 곳으로 결정했는데 이걸 설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 또 피후견인의 부동산 등 재산을 처분하는 것은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해요.
후견인은 피후견인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이후에도 한 달에 한 번 방문해 요양보호사, 의사, 물리치료사 두루 면담해요. 그래야 병원에서도 할머니(피후견인)에게 더 신경을 써줄 테니까요. 그리고 재산이나 신상 관련 변동 상황은 증빙 서류를 첨부해 법원에 보고합니다.
- 감정 소모가 클 거 같아요.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도 존중해야 하고요.
=피성년후견인의 필요를 최대한 예측하는 게 어렵죠.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가족이 자기 이익을 위해 피후견인의 의사를 왜곡하려고 할 수도 있는데 이를 걸러내야 해요. 논리적으로 반론하는 분들도 있지만 막무가내로 큰소리치며 화를 내기도 해요. 저는 일단은 다 듣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하자는 마음으로 임해요. 가만히 들어보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거든요. 이 일을 하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인생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해요. 그래도 제 조정으로 갈등이나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 피후견인의 복리를 북돋우는 일이니까 보람이 있죠.
어느 정도 사무처리능력이 있을 때는 한정후견을 하거든요. 피한정후견인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게 된 건지 이유와 과정을 알아야 하고, 정확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건지 확인해야 해요. 피한정후견인의 결정이 본인에게 도움이 될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어디까지 조율해야 할지 문제죠. 피후견인의 의사결정을 최대한 존중하되 그 결정에 따른 불이익이 클 경우에는 더 나은 결정을 하도록 유도해야 해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