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밀착형법률서비스 '동네법통' 인터뷰 | 박경혜 법무사 전세사기를 당했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빚으로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고민해야 할 때, 삶의 중요한 고비마다 법적 조언과 지원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고령화, 주거 불안, 빈곤 등 한국 사회의 주요 과제를 법무사들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짚어봅니다. 일선에서 활동하는 법무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아울러 지역밀착형 법률 서비스의 필요성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까지 매주 금요일 총 4회에 걸쳐 전합니다. 오늘은 두 번째 편입니다. |
|
|
2023년,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기 피해자들이 잇따라 숨졌습니다. ‘빌라왕’, ‘건축왕’이라 불리던 임대인들은 무자본 갭투자로 주택을 무더기로 사들였고, 전세가가 매매가를 역전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속출했습니다. 정부는 2023년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약칭: 전세사기피해자법)」을 제정했지만, 피해자 구제에는 한계가 명확하며 전세사기 방지책으로도 부족했습니다. 사기 피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별법’ 시행 이후 국토교통부가 공식 인정한 피해자는 2026년 3월 기준 3만 6,950명에 달합니다. 지원 신청(5만 9,392건) 중 62.2%만 가결된 수치입니다. 다섯 명 중 두 명은 피해 신청을 했지만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인정받은 피해자의 76%는 40세 미만 청년층이었습니다. 보증금 3억 원 이하 계약이 대부분이었으며, 다세대주택(29.3%), 오피스텔(20.8%), 다가구주택(18.1%) 순으로 많았습니다. 법률 절차를 몰라 피해자가 최소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했습니다.
2023년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해 온 박경혜 법무사를 만나 현장 상황과 대응 방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천에 자리 잡은 박 법무사는 대한법무사협회가 구성한 413명 규모의 전세피해지원 공익법무사단에 속해 활동하며, 인천시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 등에서 법률 지원을 이어왔습니다. 2024년에는 그 공로로 인천시의회 표창을 받았습니다.
|
|
|
- 전세사기 상담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 2021년에 이미 뭔가 오겠구나 싶었어요. 그즈음 저희 사무소 근처 대단지 아파트를 법인들이 사 모으기 시작했거든요. 사실상 전세가와 매매가가 똑같아서 돈 한 푼 안 들이고 취득하는 구조였어요. 빌라도 많은 동네인데, 매매가 안 되는 빌라 소유자들이 기획부동산에서 이런저런 제안을 받았다며 상담하러 오시기도 했어요. 임차인도 모르는 사이에 임대인이 개인에서 법인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었고요. 임대인이 법인이 되면 보증금을 돌려받기 더 힘들어질 수 있거든요. 페이퍼컴퍼니인 경우에는 개인처럼 최종 추심을 할 수도 없으니까요.
-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서 법무사의 역할은 어떤 건가요?
= 전세사기 피해 상황에서는 등기와 경매 절차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요. 절차가 복잡하고 기한도 촉박해서 피해자 혼자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공익법무사는 피해자가 최소한의 권리를 잃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하죠.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어요. 첫째는 권리 보존입니다. 내용증명 작성, 공시송달 대응, 임차권등기 등을 통해 임차인이 법적 지위를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둘째는 경매 대응이에요. 경매 신청부터 입찰을 도와요. 배당요구종기(경매 절차에서 채권자가 매각대금에서 돈을 돌려받기 위해 권리를 신고하는 마감일) 확인,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신청서 제출, 배당 적정성 검토 등을 지원합니다. 셋째는 회수 가능성 분석이에요. 등기부와 신탁원부를 검토해 실제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판단합니다. 피해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거죠.
|
|
|
- 어떤 사례들이 있었나요?
= 경찰 연락을 받고서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분도 있었어요. 가해자가 이미 구속된 상태였고 피해자가 굉장히 많은 사건이었어요. 이 분은 보증금 8천만 원을 청년 저리 대출로 은행에서 빌렸는데, 보증금도 못 받는 상황에서 은행의 상환 압박도 있었어요. 은행에서 같은 조건으로 대출을 연장하려면 임차권등기 등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임차권등기 요건이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다행히 임대인과 문자를 주고받은 내역이 있어서 그걸 근거로 임차권등기 접수증이라도 신속하게 만들어 드렸고, 그걸로 은행 저리 대출 연장은 가능해졌죠.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도 진행하고 경매 신청도 했어요. 경매는 2년 정도 시간이 걸려요. 아직 진행 중이에요.
정말 안타까운 경우가 많아요. 취업으로 지방에서 올라온 20대 사회 초년생 피해자들이 많았어요. 이 지역 시세나 부동산 거래에 대해 잘 모르시는 거죠. 한 분의 경우, 보증금 8천만 원을 낸 전셋집 환경이 열악했어요. 누수가 심했는데 임대인은 연락이 두절돼 버렸고요. 확인해 보니 건축물대장 현황과 실제가 달랐어요. 위법 건축물이었어요. 일단 임차인이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임차권등기를 했어요. 임차권등기는 아직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이 있다는 사실을 등기부에 공식적으로 남기는 제도예요. 세입자가 집을 비워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죠. 결국 강제 경매까지 밟았는데 8회차까지 유찰이 돼버렸고, 낙찰가가 480만 원까지 떨어졌어요.
- 세입자가 건축물대장까지 확인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피해자가 제도를 잘 몰라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 같아요.
= 한 청년은 공인중개사가 "그래도 소액임차인 최우선 변제되니 보증금 걱정 말라"라는 말만 믿고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집에 전세를 얻은 거예요. 2년 이후 갱신하면서 보증금을 올렸어요. 그러다 최우선 변제 한도를 넘겨버린 거죠.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금’은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다른 채권자보다 세입자의 보증금 일부를 보호해 주는 제도인데 지역마다 조건이 달라요. 결국 집이 경매에 넘어갔는데 이 피해자는 배당요구종기 기한도 넘겨버린 거예요. 배당요구종기 기한은 쉽게 말해 법원에서 ‘경매할 건데 받을 돈 있는 사람들 나오세요’라고 신청을 받는 거예요. 등기로 올라가 있지 않은 전세 세입자, 후순위 채권자는 반드시 해야 하는 거죠. 배당요구종기 기한을 넘기면 원칙적으로 배당에 참여할 수 없게 돼요.
|
|
|
박경혜 법무사가 전세사기 관련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희망제작소 |
|
|
- 힘드실 때는 없었나요?
= 경매 입찰은 기일에 직접 출석해야 해요. 그 자리에 전세사기 피해자 대신 나가요. 임차인 우선매수 신고서를 제출한 경우였는데, 우선매수권은 피해자가 최고가 매수인보다 우선해 살 수 있다는 뜻이지, 자신이 쓴 가격으로 낙찰받을 수 있다는 건 아니에요. 더 높은 가격 입찰자가 있으면 그 낙찰 가격으로 피해자가 우선해 살 권리가 있다는 뜻이죠. 경매 경쟁이 높아지면 속이 타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잃은 피해자분들이 분노를 삭이지 못하시기도 하죠.
- 전세사기 기법이 계속 달라진다고 하던데요.
= 신탁부동산 문제가 심각해졌어요. 신탁부동산은 일반 임대차와 달라요. 집주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실제 소유주가 아닌 거죠. 특히 신축 빌라가 문제예요. 건물주나 시행사가 근저당을 설정해 돈을 빌리는 대신 담보신탁을 하고 수익자를 은행으로 둔 경우예요. 그런 상태에서 시행사나 건물주가 실소유자처럼 속이고 전세 계약을 맺는 거죠. 세입자는 담보대출이 없으니까 괜찮다고 믿을 수 있어요. 그런데 시행사나 건물주가 사업에 실패하면 공매나 경매로 넘어가고, 이때는 신탁회사가 우선이에요. 이런 피해를 막으려면 등기부에서 ‘을구’(근저당·전세권·임차권)뿐 아니라 ‘갑구’(소유권·압류)도 확인해야 해요. ‘갑구’에 신탁원부 표시가 있으면 100% 신탁부동산이에요. 계약 전에 신탁원부를 확인해 신탁회사의 임대 동의서, 수익권 내용, 임대 가능 범위와 보증금 한도를 확인해야 해요.
- 2023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시행됐습니다.
= 계약 전에 보호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해요. 예를 들어 다가구주택에서 임차권등기를 하지 않으면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다른 세대들의 보증금이나 우선순위를 알 길이 없어요. 지자체에서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험 계약처럼 임대차 계약 시 공인중개사가 반드시 하나하나 설명하도록 의무화한다면 전세사기가 이렇게 번지지는 않을 거예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계약 전에 국토교통부에서 발행한 체크리스트 등을 확인해 보는 거죠. 해당 지역 전세 시세 조사부터 시작해 등기사항증명서의 갑구와 을구 확인, 신탁 등기 여부, 선순위 채권 유무, 전세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을 점검해야 합니다. |
|
|
전세사기는 청년층의 주거 기반을 뒤흔들며 지역사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회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실제 피해자로 인정받은 이들 중 76%가 40세 미만 청년층에 집중되어 있으며, 주로 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 등 서민 주거지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자산 손실을 넘어 미래 세대의 지역 안착을 방해하고 지역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특별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법률 절차와 정보 부족으로 인해 피해자가 최소한의 권리조차 행사하지 못하는 사례가 아직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신탁부동산의 권리관계나 임차권등기, 배당요구종기기한 등 전문적인 내용을 알지 못해 대응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계약 전 위험을 점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피해 발생 시 지역 내 법률 전문가와 연계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공공 네트워크를 구축이 필요합니다.
전세사기 피해는 개인의 부주의가 아닌 제도적 틈새를 악용한 사회적 재난의 성격이 강합니다. 시민들이 전문적인 조력을 통해 주거권을 지키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역사회 기반의 촘촘한 지원 시스템아 절실합니다.
인터뷰 및 글: 김소민 희망제작소 연구위원, 한상규 지역혁신팀 연구위원
사진: 희망제작소 |
|
|
초고령화로 치매 노인 및 발달장애인 등 의사결정 취약계층이 급증하면서, 이들의 재산과 신상을 보호해 존엄을 지키는 성년후견제도가 필수 법률서비스로 떠올랐습니다. 성년후견인으로 활동하는 문선수 법무사 이야기 |
|
|
희망제작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92 | 02-3210-0909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