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소셜디자이너 | 김하진 링크웨이브 대표 @대구
『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시리즈』는 자신이 발 딛고 선 지역에서, ‘먹고사는 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공익 활동이나 창업이라는 익숙한 틀을 넘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온 새로운 시민들. 희망제작소는 이들을 ‘소셜디자이너’로 호명합니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묻고 싶습니다. 작은 실천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지역을 움직이는 힘이 되는지. 인터뷰 시리즈가 또 다른 누군가의 상상과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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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사랑스러운 사람들, 대구에 오아시스를 짓다 김하진 링크웨이브 대표 @대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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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명이 둘러앉은 테이블 위에 각자 가져온 문장이 놓여있습니다. 책에서 고른 문장, SNS에서 저장해둔 짧은 글도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문장을 소리 내어 읽으면 나머지는 곧바로 말을 보태지 않고 잠시 기다렸습니다. 대구 경북대 인근의 작은 공간 '오려무나'에서 열리는 ‘티(tea) 키타카 낭독클럽’의 풍경입니다. 서로 다른 세대의 사람들이 모여 앉아 평소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했던 속내를 조심스레 꺼내놓는 링크웨이브의 시간은, 흔히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면 안다'며 감정을 삼키던 도시의 공기와는 조금 다르게 흐릅니다.
"외로움에 나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행정이 그어놓은 나이의 칸막이를 유쾌하게 허물며 건네는 김하진 링크웨이브 대표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소신이 배어 있습니다. 청년센터에서 고립은둔 및 구직단념 청년을 위한 사업을 이끌던 그는, 제도가 규정한 '청년'의 울타리를 넘어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진짜 세상의 풍경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나이를 묻지 않는 이 작은 방부터 만들었습니다.
2006년생부터 1969년생까지 전 세대가 모여 인터뷰이를 찾고, 외로움 공감 콘텐츠를 발행하고, 대구 곳곳의 '덜 외로운 장소'를 지도로 엮어낸 '링크 서포터즈'. 그리고 소규모로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문장을 나누는 지금의 '티(tea)키타카 낭독클럽', 마음에 머문 자연의 한 장면을 서로 나누며 얼굴 모르는 이와 마음을 주고받는 ‘파도새의 여행’까지. 치료나 상담이 아니라 일상 속의 '느슨한 연결'로 사소하지만 다정한 관계를 만들며 고립을 풀어냅니다. 대구라는 도시에서 누구나 덜 외롭게 살아가기 위한 오아시스를 지어가는 소셜디자이너 김하진 링크웨이브 대표를 공유 커뮤니티 공간 '오려무나'에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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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경북대 인근에 위치한 공유 커뮤니티 공간 ‘오려무나’에서 만난 김하진 대표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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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의 기준을 넘어서자, 비로소 보인 칸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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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청년 지원 현장에서 일하셨다고요. '전 세대의 외로움'으로 대상을 확장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 청년들을 만나며 일하는 것 자체는 참 보람찼지만, 조직 안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어느샌가 한계에 부딪혔어요. 늘 정량적인 수치나 KPI를 증명해야 했고, 개개인의 고민이 결국 '달성해야 할 목표 숫자'로 환원되는 구조였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개인의 차원에서 실행해 보면 어떨까?” 하는 갈증이 자연스럽게 커졌던 것 같아요.
그 갈증을 해소하고자, 국립정신건강센터와 멘탈헬스코리아가 지원하는 청년 정신건강 서포터즈에서 고립·외로움을 겪는 대구경북 지역의 2030 청년들을 위한 ‘마인드 스프링(Mind Spring)’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운영했어요. 대면·비대면 집단상담을 번갈아가며 약 4달 동안 진행했죠. 매일 카카오톡으로 감사일기나 칭찬노트 같은 다이어리 챌린지를 인증하고 뉴스레터나 웹진을 함께 읽으면서, 일상 속에서 자기 돌봄을 실천하고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왔고요. 참가자들이 “이렇게 모여서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회복을 느꼈다”고 말해줄 때, 비로소 제 손으로 만든 작은 활동이 사람들을 실제로 연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어요.
- ‘마인드 스프링’ 이후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와 함께 ‘커리어 큐(Career Q)’ 프로젝트로 활동을 넓히셨어요. 이 과정에서 청년 지원의 구조적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셨다고요.
= ‘커리어 큐’는 방황하는 청년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진로를 찾아가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었어요. 하지만 이 활동을 해나갈수록 대상을 '청년'으로 한정 짓는 데서 오는 한계와 아쉬움을 느꼈죠. 마침 저도 올해로 39세가 되어 청년 지원 사업의 마지노선인 ‘19세~39세’ 경계 밖으로 벗어나게 되었어요. 평소에는 나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다가 막상 그 울타리 밖에 서 보니, ‘내가 더 이상 이 제도 안에 속하지 않는구나’ 하는 묘한 소외감이 들더라고요.
현장에서 50대, 60대 참여자분들을 만나면 "마음은 아직 2030 같다"면서도, 프로그램마다 "이거 나이 때문에 나는 못 하죠?"라며 발길을 돌리셨던 모습들이 겹쳐졌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우리가 몸은 나이가 들어가도 마음은 여전히 흔들리며 살아가는데, 행정과 제도는 특정 연령대의 칸막이로 사람들을 갈라놓고 있다는 걸요.
외로움과 방황이라는 주제는 어린 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삶의 조건이잖아요. 특정 연령대로 대상을 가두는 방식에서 벗어나 세대 구분 없이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링크웨이브’로 활동을 확장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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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세대를 아우르는 ‘외로움’이라는 화두를 들고, 하필 이 활동을 ‘대구’라는 지역에서 펼쳐야겠다고 마음먹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 대구는 익숙한 공동체 관계가 깊은 반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하며 감정 표현을 아끼는 분위기도 강해요. 정이 있어서 '말 안 해도 안다'는 뜻이지만, 사실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주류의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더 깊은 고립감을 느끼게 돼죠.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도 있어요. 대구가 한때 전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도시였던 시절이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거센 압박 속에서 진보적인 활동을 하던 분들이 대거 숙청당하고 처형당하는 아픈 역사를 겪었고, 그러면서 "이런 말은 하면 안 된다"는 무언의 검열 문화가 자리 잡았죠.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서도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부딪히니, 차라리 입을 닫아버려요. 풀 데가 없으니 점점 더 외로워지는 거예요.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대학 진학 때도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충분히 고민하기보다는, "여자는 공무원이나 해." 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적성과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했고,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결정들 속에서 20대 내내 많이 방황했어요. 그래서 첫 직장도 서른 살이 다 되어서야 가졌고요.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사회가 정해놓은 삶의 시간표를 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컸던 것 같아요.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제 삶을 설명하기도 어려워지면서 많이 외로웠어요. 그런데 주변을 보니 저와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싶어 덜 외로웠어요.
한때는 저도 대구를 떠나고 싶었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제가 살아온 이곳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정해진 기준과 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고, 혼자 견디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링크웨이브를 시작한 것도 결국 그런 마음에서였어요. 이 도시에서 사람들이 조금 덜 외롭고, 서로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연결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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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대면·비대면 집단상담 '마인드스프링'과 진로 탐색 프로그램 '커리어큐'(사진 왼쪽부터) ⓒ링크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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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안 해도 안다"는 익숙함 너머, 다정한 온기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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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크웨이브 활동 1년차, 가장 먼저 본격적으로 펼쳐낸 활동은 무엇이었나요?
=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전 세대가 모여 고립감을 깨는 ‘링크 서포터즈’를 시작했어요. 2006년생부터 1969년생까지 다양한 세대가 모여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었죠.
‘링크 서포터즈’는 크게 세 갈래로 나눠서 움직였어요. 먼저 링크 인터뷰 팀은 "대구가 좀 덜 외로워지려면 과연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할까?"를 직접 고민하고 조사한 팀이에요. 각자 원하는 기관을 찾아서 저희가 연결을 도와드리면, 직접 인터뷰 질문을 짜고 기획부터 진행까지 도맡아서 "이 사람 덕분에 우리 대구가 조금 더 덜 외로워진다"고 느낄 수 있는 분들을 찾아 나섰죠.
링크 콘텐츠 팀은, 우리가 공감을 받으면 외로움이 덜해지잖아요.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나만 외로운가?" 하고 고립감을 느끼기 쉬운데, 이 팀은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전할 수 있는 외로움 공감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발행해 주셨어요.
마지막으로 링크 맵 팀은 막상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혼자서도 찾아갈 수 있고 가면 좀 덜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장소들과 유용한 기관들을 직접 조사해서 지도 형식으로 발행해 주셨고요.
모든 과정은 시민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움직였어요. 그때 참여하셨던 분들이 남겨주신 후기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한 분은 "헤맨 만큼 내 땅이 된다고, 낯선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인터뷰하며 연결이라는 멋진 땅을 만들었다. 타인의 외로움을 위한 활동이 도리어 나의 외로움을 돌아보고 치유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링크맵 팀이 조사한 대구의 통합돌봄지원 기관 100곳, '링크웨이브 외로움 연결지원센터'
- "대상을 뾰족하게 특정하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06년생부터 1969년생까지 아우르는 전 세대 서포터즈를 모집하셨다고요.
= 공공 지원사업 판에서는 늘 "대상을 뾰족하게 특정하라"고 조언해요. 청년이면 청년, 어르신이면 어르신, 대상이 명확해야 성과 지표를 증명하기도 쉽고 행정 서류를 쓰기도 편하니까요. 주변에서 대상을 특정하라고 그렇게 말렸지만 끝까지 고집을 부렸죠(웃음). 그렇게 2006년생부터 1969년생까지 정말 다양한 세대가 "지역 안에서 덜 외롭자"는 메시지 하나에 공감하며 한 자리에 모였어요. 세대 차이에 대한 걱정이 무색하게, 오히려 그들의 연결감을 보며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확신을 얻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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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생부터 1969년생까지, 세대를 넘어 모인 ‘링크 서포터즈’ 오리엔테이션 현장 ⓒ링크웨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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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서 이 모든 과정을 이끌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움직이는 방식을 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 혼자 하면 훨씬 편하죠(웃음). 하지만 파동을 만들려면 함께 만들어 가야 해요. 변화는 ‘내 주변’에서 시작되니까요. 참가자들이 직접 주제를 다루고, 인터뷰와 맵 제작을 기획해 보면서 “우리끼리만큼이라도 덜 외로워지고, 외로움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감각을 익히기를 바랐어요.
서포터즈 마지막 회기 때 “우리의 활동으로 대구가 얼마나 덜 외로워졌을 것 같나요?”라고 물었더니, 참가자들은 저마다 구체적인 수치로 답해주셨어요. 내 손으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들었다는 효능감을 경험하신 거죠. 링크 맵 팀의 한 분은 직접 조사했던 장소에 친구들과 함께 찾아갔는데, 그곳에서 실제로 외로움이 덜어지는 걸 경험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아,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거구나’ 하고 크게 깨달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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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구를 얼마나 덜 외롭게 만들었을까요?" 마지막 회기, 참가자들이 직접 적어 남긴 답변들 ⓒ링크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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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가 아닌 '느슨한 연결', 다정한 오아시스를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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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는 보통 외로움을 숨겨야 하는 결핍이나 개인의 약점으로 여기곤 하는데, 링크웨이브는 오히려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활동의 정면에 당당히 내세우고 계세요.
=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건, 우리 사회에 지치고 섬세한 여린 마음을 가진 이들이 참 많다는 거예요. 인터뷰 오며 문득 예전부터 좋아하던 가수 김목인의 ‘그게 다 외로워서래’라는 노래가 떠올랐어요. 사람들이 다 저마다의 외로움 때문에 이런저런 행동을 하며 살아간다는 내용인데, 그 코러스에 "아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이라는 가사가 나와요. 제가 이 가사를 정말 좋아해요.
외로움을 은밀한 결핍이나 숨겨야 할 약점으로 여길 때는 사람을 더 깊은 고립으로 몰아넣지만, 이를 밖으로 꺼내어 놓는 순간 비로소 다른 사람의 외로움과 포개어지거든요. 외롭다는 걸 인정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일이잖아요. 그 고백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적인 애틋함과 사랑스러움이 분명히 존재해요. 링크웨이브를 찾는 분들도 일상에 지쳐 마음의 여유가 닳아 있거나, 섬세한 성향의 분들이 많아요. 그들이 자신의 외로움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내면서, 서로를 다정하게 보듬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꼭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 외로움을 다루는 여러 방식 중에서도 일상 속 따뜻한 차 한 잔과 낭독을 나누는 ‘느슨한 연결’에 특히 주목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과거 인권 활동을 할 때 거대한 구조적 벽 앞에 무력감을 겪었어요. 내가 아무리 애써도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좌절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고민하다 ‘개인’에게 집중해 보자는 방향으로 시선이 옮겨갔죠. 그 무렵 스스로 주체성을 가지고 생각을 나누는 방식을 찾고 싶어 대학원에서 철학 상담과 인문 카운슬링을 공부했고, 영국의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 제도를 접했어요. 약을 처방하는 대신 동네 커뮤니티나 활동을 연결해 고립감을 해소하는 방식인데, 그 회복이 거창한 치료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느슨한 연결'에 있다는 점에 마음이 갔어요. 대구 맥락에 맞는 대안으로 개발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죠.
소규모로 운영하는 '티(tea)키타카 낭독클럽'이 그 현장이에요. 이름 앞에 ‘tea’가 붙는 것처럼 제가 직접 따뜻한 차를 우려내며 시작해요. 책을 통째로 읽어오라고 하지 않아요. SNS에서 본 짧은 글귀나 누군가의 인터뷰 글귀, 혹은 단어 하나라도 좋으니 마음에 드는 걸 들고 와도 되죠. 메뉴판도 괜찮아요(웃음). 정원도 최대 6명으로 제한했어요. 낯선 사람 여럿보다 소수가 모여야 속마음을 꺼내기 쉬우니까요. 그러곤 각자가 가져온 문장을 직접 소리내어 읽어봐요. 내 목소리로 말을 뱉고 귀로 들으며 몸으로 글을 읽는 감각을 느끼는 거예요.
올해 6월부터 격주로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한 번 오셨던 분들이 계속해서 찾아와 주세요. 최근에는 이런 느슨한 연결을 꼭 마주 앉지 않아도 되는 방식으로도 넓혀보고 있어요. '파도새의 여행'이라는 프로젝트인데, 참여자가 일상에서 마음에 머무는 자연의 장면을 사진과 짧은 이야기로 보내면, '물결지기'가 읽고 답장을 보내요.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바라봐준다는 경험만으로 연결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기획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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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마주친 자연의 장면에 답장을 보내는 프로젝트, '파도새의 여행' ⓒ링크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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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속의 작은 낭독과 차를 나누며 서로를 보듬는 경험이, 결국 참가자들과 대표님 자신에게는 어떤 안전한 울타리가 되고 있나요?
= 저희 프로그램에 오신 참가자분들께서 ‘이 공간에서는 나답게 말할 수 있다’고 하세요. 평소에는 어디 가서 이런 속내를 털어놓지도 못하고, 이야기했다간 핀잔을 들어왔으니까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비로소 숨을 고르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거죠. 특히 서포터즈 활동 중 '링크 콘텐츠 팀'을 할 때 이런 과정이 선명하게 드러났어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나만 이렇게 외로운가" 하고 고립감을 느끼던 이들이, 직접 공감할 수 있는 글을 기획하고 발행하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진짜 위안을 서로에게 전했거든요.
이런 작은 연결을 쌓아가다 보니, 최근에 들어서는 지긋지긋하던 대구에도 애정이 생겼다는 마음이 들어요. 결국엔 ‘여기서 좀 행복하고 싶다’는 거였죠. 여러 프로그램을 하면서 대구 사람들을 만나잖아요. 다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고, 너무 예쁘고, 정말 귀하신 분들을 만나면서 대구에 애정이 생겼던 것 같아요. ‘이런 사람들이 우리 지역에서 진짜 같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니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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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낭독을 나누는 티(tea)키타카 낭독클럽, 참가자가 남긴 문구 ⓒ링크웨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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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속 평화로운 오아시스로 남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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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크웨이브는 프로그램을 대부분 무료로 운영하고 계세요. 1년 차 대표로서 현실적으로는 빠듯한 순간도 많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참가비를 받지 않는 이유가 있을까요?
= 늘 아슬아슬해요(웃음). 지원사업 다과비가 5천 원인데 시중 커피 한 잔이 4,900원이니, 그 안에서 뭘 하기가 빠듯하죠. 그래서 사비를 더 쓰는 날이 많아요. 언제 한번은 참여자 한 분이 "자기 시간과 돈을 써가며 왜 이런 일을 하냐"고 진지하게 물어보신 적이 있어요(웃음). 그때 저도 진지하게 생각해봤는데, 결국 제가 필요해서인 것 같더라고요. 제가 외로워서요. 그래서 참가비를 받고 싶지는 않아요. 다 같이 외로움을 풀어보자고 모인 자리에서 돈을 받는다는 게 제 마음과 맞지 않고요. 비영리 일을 하면서도 수익이 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그 과정 자체를 지금 배우고 있어요.
- 링크웨이브가 1년 뒤에도 이 자리를 계속 열기 위해, 지금 가장 매달리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 지금 대구 시민들을 대상으로 외로움을 어떻게 느끼는지 실태조사를 하고 있어요. 10월까지 모아서 보고서로 정리하려고 하는데, 지금까지 100건 넘게 들어왔어요. 이걸로 올해 안에 대구에 정책 조례안을 한번 제출해보려고 해요. 지원사업에 기대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이 활동이 왜 지역에 필요한지를 데이터로 남기고 근거를 만드는 일이 지금 저한테는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일이에요. 그게 되어야 링크웨이브도, 이런 활동을 하려는 다른 사람들도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 링크웨이브처럼 활동을 막 시작하는 대표님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저는 원래 낭만과 이상을 꿈꾸는 편이라 현실적인 부분들을 잘 몰랐어요. 예를 들어, 지원이나 제도권이 요구하는 ‘그들의 문법’ 같은 부분들 말이죠.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며 나를 적응시킬 필요가 있다는 걸 느껴요. 두 발은 땅에 단단히 디디고 있어야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그 세계에만 완전히 젖어들면 처음 품었던 초심과 길이 멀어지지 않도록, ‘그럼에도’ 마음속에 낭만을 잃지 않는 것 또한 저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에요.
🔆 링크웨이브와 연결되기
✅ SNS : @linkwave.stud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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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도심 속 오아시스를 짓고 있는 링크웨이브 김하진 대표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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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지역과 사회의 문제를 자신의 일로 풀어가는 사람들을 ‘소셜디자이너’로 호명하고, 이들을 발굴·연결해왔습니다. 2026년에는 KB금융그룹과 함께 청년이 지역에서 자기 일을 만들고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이 인터뷰는 2026 소셜디자이너 사업과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로 이어지는 여정의 일부로 제작되었습니다.
인터뷰: 최나현 사회혁신팀 선임연구원, 이혜진 사회혁신팀 연구원
글: 이혜진 사회혁신팀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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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20주년
정기 및 일시 후원을 약정해주시는 분께
희망제작소 책자 & MAKE HOPE 스포츠짐색을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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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하 ) 님은 무엇을 희망하십니까?
네. ( 분열과 갈등 없는 세상 )을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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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 문제가 생겨나고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갈등과 대립이 깊어지는 세상을 보며 때때로 '우리 사회에 희망은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희망을 이야기하는 희망제작소를 떠올리며 다시 '희망'해 봅니다. 각자가 바라는 삶을 존중하며 서로의 희망을 응원하는 사회, 그러한 희망들이 이어져 더 나은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을 희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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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92 | 02-321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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