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소셜디자이너 | 임승휘 끼리우리 대표 @대구
『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시리즈』는 자신이 발 딛고 선 지역에서, ‘먹고사는 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공익 활동이나 창업이라는 익숙한 틀을 넘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온 새로운 시민들. 희망제작소는 이들을 ‘소셜디자이너’로 호명합니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묻고 싶습니다. 작은 실천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지역을 움직이는 힘이 되는지. 인터뷰 시리즈가 또 다른 누군가의 상상과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
|
|
|
얼굴·직업·나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구 시민 500명 이은 ‘끼리우체통’ 임승휘 끼리우리 대표 @대구 |
|
|
“아이구야~ 젊은 아들 노는데 우리가 드가도 되능교?”
대구 원도심에 위치한 대화장, 세대 공감 프로그램에 초대된 어르신들이 문을 열고도 선뜻 들어오지 못합니다. 안에서는 청년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스파게티를 먹고 있습니다. 같은 도시에 살지만, 서로를 불편하게 할까 봐 한 걸음씩 머뭇거리는 두 세대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대구는 빠르게 나이 들고 있습니다. 2025년 말 기준, 대구에 살고 있는 청년은 56만 명, 65세 이상 시민은 52만 명입니다. 청년 유출이 늘고 고령 인구 역시 증가하며, 두 세대는 한 도시에서 비슷한 규모로 살고 있습니다. 청년의 정착과 노년층의 돌봄을 위한 정책은 많습니다. 하지만 함께 사는 세대가 어떻게 만나고 관계를 맺을지는 상대적으로 덜 질문되어 왔습니다. 대구에서 역사와 사회를 가르쳐온 임승휘 대표도 교실에서 비슷한 장면을 발견했습니다. 수업 내용은 같은데 왜 교실은 늘 초등생, 중고생, 주부, 노년층… 나이와 세대에 따라 나뉠까?
이 질문은 끼리우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끼리우리는 ‘끼리끼리’인 사람들이 모여 ‘우리’가 되자는 뜻입니다. 끼리우리는 대구 시민의 대화와 만남을 설계합니다. 얼굴도 이름도 성별도 모르는 청년이 고민을 보내면, 중장년과 노년층 ‘인생 선배’가 답장하는 세대 소통 프로젝트 ‘우리편지’에는 지금까지 1천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대구 곳곳에 설치된 끼리우체통도 70여 곳이나 됩니다. 두 사람 사이를 오간 편지는 전시와 책갈피, 토크콘서트가 되어 다른 시민의 공감과 이야기를 다시 불러냅니다. 도시 안에서 세대별로 나뉜 공간과 관계 사이, 그 빈 틈에 대화의 자리를 만드는 소셜디자이너 임승휘 끼리우리 대표를 대구 북구청년꿈드림센터에서 만났습니다.
|
|
|
▲ 청년의 고민편지에 인생 선배가 답장하는 ‘끼리우체통’이 설치된 대구 북구청년꿈드림센터에서 만난 임승휘 끼리우리 대표 ⓒ희망제작소
|
|
|
- 오랫동안 역사와 사회를 가르쳐 오셨다고요. 강사 경험이 어떻게 ‘끼리우리’ 활동으로 이어졌나요?
= 지리 교육을 전공하고 역사, 사회 강사로 일해왔어요. 첫 직장이 검정고시 학원이었는데, 스무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전부 한 교실에서 제 수업을 들었어요.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달라서 그런지, 같은 내용을 배워도 다른 질문들이 나오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어느 순간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업 내용은 같은데 왜 수업 대상은 늘 초등생, 청소년, 어르신 이렇게 다 각각 나뉘지? 세대가 섞인 수업이 어려운가? 교실은 물론이고, 도시 자체가 서로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기도 전에 나이에 따라 나뉘어 소통은 커녕 잘 만나지도 못하는 구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사람들이 ‘끼리끼리’ 만나지? 여러 세대가 한자리에 있으면 같은 사건을 두고도 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잖아요. 그런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게 아쉬웠어요.
- 실제로 끼리우리를 함께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김기재 공동대표님과도 세대가 다르다고요!
= 저는 80년대 초반, 김기재 대표는 90년대 초반에 나고 자랐으니 팀에서도 세대 간 소통과 공감이 필요했죠(하하). 김 대표 나이가 제 남동생이랑 비슷하거든요. 세대 단절에 문제의식을 느끼던 무렵에 김기재 대표를 알게 됐어요. 외부 강의를 같이 다니느라 한 차로 오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할 시간이 많았어요. 같은 사회문제를 두고 다른 관점에서 얘기를 나누는데 서로 생각이 다른게 불편하거나 답답하지 않고 오히려 재밌더라고요! ‘끼리우리’가 만들고 싶은 관계를 먼저 경험한 셈이죠. 모두 같은 생각에 이르는 게 아니라, 생각이 달라도 대화를 멈추지 않는 게 ‘진짜 소통’이라는 걸 체감했어요. 소통의 재미를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더라고요. 우리가 사는 대구에 이런 관계가 더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우리 스스로에게도 그런 관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끼리우리’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
|
|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씨앗' 사업에 선정되며 '세대 간 소통'의 물꼬를 튼 끼리우리. 90년대생 김기재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80년대생 임승휘 대표(오른쪽 끝) 역시 서로 다른 세대로, 대화를 통해 관점을 넓히는 소통의 즐거움을 직접 실천하고 있다. ⓒ끼리우리
|
|
|
▲대구 구도심의 문화공간 '대화장'에 모여 식사를 나누며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모습. 끼리우리는 2024년 한 해 동안 MBTI부터 가치관, 정치까지 다양한 주제로 생각을 나누는 '세대 통합을 위한 대화의 장'을 총 6회에 걸쳐 진행했다. ⓒ끼리우리
|
|
|
- 그렇게 처음 시작한 끼리우리의 첫 활동이 ‘리버스 멘토링’이군요. 청소년과 청년이 어르신에게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주는 일이었다고요.
= 김 대표가 일해온 대구 YMCA 1층에 무인 카페에 어느날 3천원 현금하고 쪽지가 하나 놓여있더래요. 키오스크로 주문하지 못해 공간만 이용했다며 커피값을 두고 간 거예요.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사회에서 조금씩 밀려날 때 느껴지는 아쉬움, 조심스러움, 답답함 이런 감정이 전해져서요.
그래서 청소년, 청년이 어르신에게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끼리우리 첫 활동이었죠. 도서관에서 사용법을 익히고 근처 롯데리아에서 실제로 해보는 방식이었죠. 교육 마치고 삼삼오오 앉아 햄버거를 먹는데, 한 어르신이 “내 자식하고도 이런 데서 이만큼 얘기해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마침 그 날이 어버이날이라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학생들 반응도 의외였어요. 자신이 어르신에게 무언가를 알려드리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재밌고 신기했나봐요. 처음에는 디지털 기술 격차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아니었어요. 모르는 것을 편하게 묻고, 서로 가진 것을 주고받을 관계가 부족한 사회라는 게 진짜 문제였죠.
- 이후에는 여러 세대가 만나는 대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거군요! 어르신과 청년이 스파게티를 먹으며 MBTI, 퍼스널컬러를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자는 기획이 재밌어요.
= 세대 간 단절, 대화 부재가 진짜 문제라는 걸 깨닫고 끼리우리 활동도 좀 더 만남과 소통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조정했어요. 그러면서 대구 원도심 ‘대화장’에서 대화 모임을 시작했죠. 청년에게 익숙한 스파게티를 먹으며 MBTI와 퍼스널컬러 같은 가벼운 주제로 시작했죠. 만남이 이어지다보니 대화가 자연스럽게 결혼, 출산, 가치관, 지역 이탈 같은 주제로 넓어지더라고요. 마지막엔 정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봤죠. “우리에게는 왜 정치가 필요한가”에서부터 시작하니 누가 옳다, 그르다 다툼 없이 잘 진행되더라고요. 반응이 좋아서 활동 첫 해였던 2024년에만 대화 프로그램을 6번이나 열었어요.
처음부터 “세대 갈등에 대해 토론합시다”, “정치 얘기 해봅시다” 했으면 아무도 오지 않거나, 앉아서도 아무도 말 안했을 거예요. 같이 밥을 먹고,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골목을 걸으며 시간을 보내니까 조금씩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된 거죠. 생각이 다르면 관계까지 불편해질까 봐 아예 말도 꺼내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다고 피하기만 하면 서로를 사람 대 사람이 아니라 ‘요즘 애들’이나 ‘보수적인 어른’ 같은 이미지로만 보게 되고요. 가벼운 이야기에서 시작해, 생각이 달라도 관계를 끊지 않고 말해보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화에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끼리우리의 운영 원칙도 만들어졌고요. 어느 한쪽의 세대를 계속 도움받는 사람으로 두지 않아야 한다는 거요. 서로 가진 것이 다르니 상황에 따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바뀔 수 있어야 하죠. |
|
|
▲“기계를 사용하지 못해서 공간만 이용했습니다. 커피값을 두고 갑니다.” 도서관 무인카페에 남겨진 메모 한 장에서 끼리우리의 첫 활동 ‘세대 소통을 위한 리버스 멘토링:키오스크’이 시작됐다. ⓒ끼리우리 |
|
|
📩 “당신만의 고민이 아니다” 공감을 담은 편지의 힘
|
|
|
- 지난해부터는 청년의 고민 편지에 인생 선배가 답하는 ‘끼리우체통 우리편지’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다고요.
= 청년이 일과 관계, 진로, 가족에 대한 고민을 익명으로 보내면 중장년과 노년층의 ‘인생 선배’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손편지로 답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서로 얼굴과 이름은 알지 못해요. 청년은 대구 곳곳의 우체통이나 온라인으로 편지를 보내고, 답장은 우편이나 이메일 중 원하는 방식으로 받는 방식이죠. 곧바로 “청년에게 답장을 써보라”고 하진 않아요. ‘좋은 의도’만으로는 진심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답장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나이나 성별을 추측해 조언하거나 조언부터 제시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교육 워크숍까지 개발하게 됐죠. 첫 시간에는 인생 그래프와 초상화로 과거와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두 번째 시간에는 공감 연습을 하며 요즘 청년의 삶을 살펴봐요. 이 과정을 거친 후 세 번째 워크숍에서 청년의 고민편지를 나눠 받고 답장을 쓰게 돼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아도 된다. 비슷한 시간을 지나왔다면 그 경험을 들려달라”고 말씀드려요. 당사자 동의를 받은 편지와 답장은 전시회, 토크콘서트로 활용하고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다른 시민에게도 자기 삶을 돌아보는 대화의 재료가 될 수 있거든요.
지난해 편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구조화한 뒤, 대구 약 70개 공간에 QR코드와 실물 우체통을 설치했고, 고민 편지와 답장 500여 통을 모았어요. 직접 워크숍을 운영한 것도 30회가 넘어가고 있고요. 전시와 토크콘서트로 만난 시민들까지 합치면 1,000명이 넘고요.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를 비롯해 신천도서관(대구동구문화재단), 수성대학교, 데스커라운지 대구, 대구중구/북구청년센터, 대구아트웨이(대구문화예술진흥원) 등 지역 내의 여러 영역에서 자원과 기회를 주신 덕분이죠.
- 어떻게 세대소통의 도구로 ‘편지’를 생각하게 된건가요?
= 강의를 하며 만난 청소년, 청년들이 “고민을 물어볼 어른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어요. 부모님, 선생님, 선배, 직장 상사처럼 주변에 어른이 있어도, 가까운 관계라 오히려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잖아요. 반면에 중장년, 노년층 인생 선배들은 본인의 경험이나 지식이 요즘 청년에게 필요 없거나 잔소리로 들릴까봐 망설이고 있었고요. 이들을 서로 연결하기 위해 ‘편지’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의 얼굴과 직업, 나이, 성별을 모르니 상대를 미리 판단하지 않고 편지 속 고민과 경험이 오히려 더 선명해져요. 익명이어서 더 솔직해질 수 있고,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대화를 시작할 적당한 거리도 만들어주죠. 특히 대구는 흔히 “두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고 할 만큼 관계망이 촘촘한 도시에요. 가까운 관계가 있다는 건 끈끈하고 든든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진심을 드러내기 조심스럽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 청년의 고민편지와 인생 선배의 답장에는 실제로 어떤 내용들이 담기나요?
= 취업과 직장 생활, 연애, 가족 관계처럼 청년들이 일상에서 겪는 고민이 많아요. 서로의 나이와 성별, 직업을 모른 채 고민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너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도 비슷한 시간을 지나왔다”는 공감이 가능하고 결국엔 대구라는 이 도시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으로 이어지게 만들어요. 한 번은 20대 청년이 질병 때문에 아파서 힘들다는 얘기를 보냈는데, 그걸 읽고 답장을 쓰시던 분이 너무 마음이 아프셨는지 “더 이야기하고 싶으면 연락하라”며 답장에 개인 휴대폰번호를 적기도 하셨어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번호는 지우고 보냈지만, 편지 몇 줄만으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사정을 자기 일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어요.
또 한 번은 서른 초반 청년이 탈모 고민을 보낸 적이 있어요. 답장을 쓰는 어르신이 인터넷과 AI로 한참 검색하고 주변에 물어 병원과 가발 정보까지 추천해주셨어요(하하). 교육 과정에서도 꼭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지만 답장을 쓰는 분들은 낯선 청년의 고민도 허투루 넘기지 않아요. 늘 최선을 다하시죠. 진심이 담긴 공감에서 나오는 해결책은 ‘잔소리’와는 다른 무게와 감정이 담겨요. |
|
|
▲청년의 고민 편지에 인생 선배가 손편지로 답장을 보내는 '끼리우체통 우리편지' 워크숍 현장. 익명의 편지를 매개로 서로 다른 세대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끼리우리
|
|
|
🤝 청년과 시니어의 편지를 도시의 대화로 넓히는 방법
|
|
|
- 고민 편지로 수성대학교에서 토크콘서트까지 열게 된 사연도 궁금해요.
= 작년에 ‘우리편지’ 사업을 시작하면서 청년이 모이는 데라면 무조건 다 찾아 갔어요. 음식점, 카페, 술집이 모여 있는 동네 곳곳에 홍보 포스터를 붙이고, 찾아다니며 “술 마시다 떠오르는 고민 보내달라”고 홍보했죠(하하). 수성대학교에도 청년이 많을테니 무작정 사업기획안이랑 엽서, 우체통만 들고 사무처로 찾아갔어요. 열정이 용기를 부른거죠. 학교 담당자분이 저희 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시면서 “학교에 성인학습자가 많아 프로그램이 필요했는데 너무 잘 맞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늦은 나이에 배움을 시작하거나 다시 학업에 도전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학령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면서 중장년·노년층 만학도 비율이 높아진 거예요. 하지만 같은 강의실에 앉는다고 저절로 가까운 동기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청년은 기대했던 대학 생활과 다른 모습에 낯설어했고, 만학도는 괜히 말 걸었다가 부담을 주거나 무시당할까 망설이고 있더라고요. 같은 학교에 안에서도 세대 별로 ‘끼리끼리’ 있던 거예요.
그래서 끼리우체통이 '딱이다' 싶었어요. 우체통만 설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청년의 고민을 읽은 만학도가 ‘인생 선배’로 답하는 워크숍까지 제안했죠. 참여해주신 만학도가 약 50여명 정도였는데, 그 규모로 2회차나 진행했어요. 호응을 얻으면서 활동을 확장해보자 제안해주셔서 편지 사연을 나누는 세대 공감 토크콘서트까지 열었고, 약 300명이 참석했어요. 우체통만 설치하고 돌아왔다면 학내 두 세대를 연결할 생각까지는 못 했을 거예요. 현장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프로그램을 바꿨기에 발견한 가능성이었죠.
- 끼리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은 ‘참가자’에 머물지 않고, 다음 활동을 함께 만드는 동료가 되는 것 같아요.
= 저희 프로그램은 시민의 이야기가 없으면 존재할 수가 없어요. 청년이 고민을 보내면 시니어가 경험을 담아 답하고, 그 편지를 읽은 시민이 다시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구조니까요. 편지를 주고받은 두 사람 사이의 공감으로만 남는 게 아쉬워서, 당사자 동의를 얻은 편지를 연 1~2회 정도 전시로 만들어요. 어떤 편지와 내용에 공감하는지 남긴 후기를 수집해서 효과를 분석하고, 그 전시에 참여한 사람이 편지를 작성하거나 답장하기도 하니까요.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에서는 청소년과 청년이 어르신에게 사용법을 알려줬고, 끼리우체통에서는 중장년과 노년층이 청년에게 공감과 경험을 건넸잖아요. 끼리우리도 마찬가지죠. 완성된 프로그램을 시민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고 싶지 않아요. 저희 것을 고집해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시민분들이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의견을 주시면, 저희도 새로운 방법을 배우고 활동에 적용해야죠.
그러다보니 새로운 고민도 생겼어요. 청년은 주로 온라인으로 편지를 보내고 중장년은 주로 오프라인 워크숍으로 답장을 쓰다 보니, 또다시 비슷한 세대끼리 모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편지 쓰기를 소통의 종착지가 아니라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로 부각시키려해요. 중장년 고민에 청년이 답하거나, 편지로 연결된 사람들이 취미와 산책까지 함께하는 오프라인 모임도 해보려고요. 현장의 작은 변화, 시민의 의견을 살피고 다음 활동에 반영할 때 저희가 만드려는 변화가 더 확실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
|
|
▲수성대학교 축제 현장에서 열린 '세대 공감 토크콘서트'에서 청년과 만학도가 서로 주고받은 고민과 경험담이 사연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끼리우리 |
|
|
▲대구 2호선 범어역 문화예술공간 대구아트웨이에서 개최된 '세대를 잇다, 끼리우체통 우리편지' 전시회. 청년과 중장년·노년층이 편지로 주고받은 고민과 공감의 문장들이 지하철역 이용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끼리우리
|
|
|
😊 도심 속 평화로운 오아시스로 남을 수 있도록
|
|
|
- 편지 한 통으로 세대 단절이라는 큰 문제를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도 받을 것 같아요. 활동 3년 차인 만큼 지속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계실 테고요.
= 실제로 정말 자주 받는 질문이고, 저도 가끔은 ‘이걸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스스로 물어볼 때도 있어요(하하) 그럴 때면 활동하면서 만나게 된 환경활동가분이 해주신 말을 떠올려요. 사회문제해결, 의식의 전환은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변화와 실천이 모여서 만들어진다고요. 당연히 편지 한 통으로 세대 통합, 고립 문제를 해결할 순 없겠죠. 하지만 위로받은 청년이 누군가의 좋은 선배가 되고, 청년의 고민을 읽은 중장년이 주변의 젊은 사람을 다르게 바라볼 수는 있잖아요.
처음에는 재미와 보람으로 시작했지만 팀이 생기면서 책임감도 커졌어요. 프리랜서 강사인 팀원들은 본업을 조정해 참여하는데, 언제까지 ‘좋은 일이니 함께하자’고만 할 순 없잖아요. 커커리어든 보람이든 수입이든 적어도 하나는 남게 해야죠. 시민에게는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경험의 장벽을 낮추되, 팀원들에게는 정당한 인정과 보상을 제공하는 게 지금 가장 우선순위 과제죠. 공익성을 지키는 일과 돈을 버는 일을 서로 반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 활동이 대표와 팀원의 일이 되어야 오래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
|
|
▲ “돌아보니 용기가 생겨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시작했기 떄문에 조금씩 용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낯선 청년의 고민에 진심을 담아 꾹꾹 빼꼭하게 눌러쓴 손편지. 한 사람의 경험과 공감이 또 다른 이에게 전해지며, 대구라는 도시 안에 서로를 따뜻하게 연결하는 대화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끼리우리 |
|
|
- 앞으로 끼리우리가 만들고 싶은 대구는 어떤 모습인가요?
= 대구에서 ‘연결’, ‘소통’하면 끼리우리가 떠오르면 좋겠어요. 여러 세대가 자연스럽게 머무는 공원에서 축제도 열어보고 싶고요. 공원은 누구나에게 열린 공간이잖아요. 청년만 오는 박람회나 시니어만 오는 행사가 아니라, 세대 경계 없이 자연스레 말을 섞으며 안전하게 소통과 공감을 경험하는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더 먼 미래에는 나이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소통센터’가 있으면 좋겠어요. 대구 시민 누구나 강사, 기획자가 되어 자신이 잘하는 것을 가르치거나 함께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열 수 있는 공간이요. 세대 문제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서로를 ‘요즘 청년’이나 ‘요즘 노인’으로 부르기 전에 한 사람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보는 도시가 되면 좋겠어요. 끼리끼리 나뉜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우리가 되어보는 경험이 이어지는 대구를 상상하며 계속 접점을 만들어가야죠.
🔆 끼리우리와 연결되기
✅ 홈페이지: https://kiiriuri.com/
✅ SNS : https://www.instagram.com/uri_kiiriuri |
|
|
희망제작소는 지역과 사회의 문제를 자신의 일로 풀어가는 사람들을 ‘소셜디자이너’로 호명하고, 이들을 발굴·연결해왔습니다. 2026년에는 KB금융그룹과 함께 청년이 지역에서 자기 일을 만들고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이 인터뷰는 2026 소셜디자이너 사업과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로 이어지는 여정의 일부로 제작되었습니다.
인터뷰: 최나현 사회혁신팀 선임연구원, 이혜진 사회혁신팀 연구원 글 : 최나현 사회혁신팀 선임연구원 |
|
|
희망제작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92 | 02-3210-0909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