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자치회와 가까이 협업하려면 신뢰를 쌓는 과정도 중요했겠어요. 어떻게 관계를 만들었나요?
= 책상 앞에만 앉아서는 현장을 절대 알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관계를 만드는 일을 하려면 저부터 지역 안에서 관계를 만들어야죠. 주민자치회 구성원은 아니지만 행사에 빠짐 없이 가고,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듣고, 주민들이 하는 활동도 직접 가서 다 봐요. 평소 얼굴도 안 보이다가 갑자기 “이 사업 같이 하시죠”라고 하면 누가 저를 믿고 참여 하겠어요. 작은 일이라도 같이 하면서 “센터랑 하면 일이 되네”라는 경험을 만드는 게 먼저죠. 관계안내인도 처음부터 “이 사업을 하셔야 합니다”라고 밀어붙이지 않았어요.
주민자치회가 이미 하고 있는 일과 고민부터 듣고, “주민이 계속 줄어드는데 앞으로 누구와 마을 일을 하실 거예요?”, “새로 온 사람에게 우리 동네의 뭘 알려주면 좋을까요?” 같은 질문을 던져요. 주민들은 자기 동네를 잘 알지만, 그 생각을 사업계획으로 만드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의견을 사업안으로 정리해서 다시 보여드리면, “내가 말한 게 이렇게 된거야?”라면서 점점 구체적으로 발전 돼요. 그렇게 지금까지 8개 읍면에서 21개의 새로운 새이웃 환대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했고요.
- 관계안내인 사업이 커질수록 오히려 관리사님의 역할도 커지는 것 아닌가요?
= 지금은 어느 정도 제 역할이 큰 부분도 있지만, 최종 목표는 정반대예요. 제가 없어도 관계안내인 사업이 계속 이어지는 것, 나중에는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게 돌아가도록 만들어야죠. 담당자에게만 기대서 사업이 돌아가는 구조를 제일 조심하려고 해요. 저는 자원봉사센터가 가진 힘이 주민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예산이나 담당자가 있을 때만 유지되는 사업이라면 그게 없어지는 순간 멈출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주민들이 “이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그래서 저도 주민들이 스스로 역할을 찾고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게 된 거고요.
- 어떻게 보면 관리사님도 기관에 소속된 직장인 중에 한 명이잖아요. ‘여기까지가 내 일’이라고 선 긋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일을 넓혀갈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해요.
= 저는 일을 할 때 “여기서 내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지?”, “내가 이 조직에서 어떤 영향을 만들 수 있지?”라는 부분을 더 많이 고려하는 편이에요.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는 제가 돕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기관의 기준이나 역할 때문에 개입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도움이 절실한 사람을 앞에 두고도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다는 데서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어려움이 큰 분들을 계속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저도 많이 소진되고 지친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런데 자원봉사센터에 와보니 대상도, 주제도 정해져 있지 않았더라고요. “이 문제에도 자원봉사를 연결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계속 시도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었죠. 그게 저한테는 굉장히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센터에서 벌써 7년 넘게 일하고 있잖아요. 여러 직장을 거쳤지만 가장 오래 일한 조직이죠. 다른 사람이나 자원을 연결해서 안 되던 일을 하나씩 되게끔 만드는 과정과 주민들과 호흡하는 작업이 정말 뿌듯하고 재밌어요.
- 지금 만든 구조가 자리 잡고 나면, 앞으로는 무엇을 해보고 싶으세요?
= 관계안내인 사업이 남면 한 곳에서 시작해 지금 태안 8개 읍면까지 확장됐잖아요. 2년 정도 자리 잡게 도우면 태안군과 협의체 수준에서 운영할 거고요. 대신 저는 ONE-STOP 전입창구가 다른 지역에서도 작동되는지 확장해보고 싶어요. 다음 스텝을 미리 정해놓는 편은 아니에요. 늘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 문제를 발견하는 데서 출발하니까요. 센터가 답을 만들어 제시하는 게 아니라, 주민이 자기 동네의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작은 활동이라도 해볼 수 있는 동네를 만드는 것. 그 원칙을 계속 지키는 활동가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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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영삼 사회혁신팀 팀장, 최나현 사회혁신팀 선임연구원
글: 최나현 사회혁신팀 선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