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시리즈 ✒️ 사람을 연결해 꿈을 빚는 ‘관계안내소’ 삼천포블루스 김보경 대표·양소윤 이사 @사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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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야?” 삼천포가 고향인 여성 다섯 명이 이곳에서 해보고 싶은 일들을 쏟아내자, 조언을 맡았던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2년 김보경 대표와 양소윤 이사 등 5명은 ㈜삼천포블루스를 꾸립니다. 팝업스토어, 강연·축제, 카페 운영, 연구용역... ‘작지만 강한 관계안내소’를 내건 삼천포블루스는 이 모두를 해내고 있습니다.
왜? 삼천포 사람들이 원하니까. 이들이 꾸준히 꾸리는 ‘무대’는 비행장 활주로입니다. 이 활주로에서 청년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네트워크를 꾸리고, 실무를 배우며 날아오를 준비를 합니다. 이 관계안내소에서 삼천포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선생님이 돼 줍니다. 지역에 부족한 문화인프라를 관계로 채우는 셈입니다. 민과 관을 연결하는 안내소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14일 ‘추진력 끝판왕 언니’ 김보경 대표(39)와 ‘든든한 버팀목 동생’ 양소윤 이사(37)를 만나려 사천시 삼천포용궁시장 바로 옆 청년에비뉴 문을 열자,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굿즈 때문에 지름신이 먼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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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삼천포블루스 멤버 겸 삼천포작업실 대표작가, 삼천포블루스 김보경 대표·양소윤 이사(사진 좌측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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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다 삼천포가 고향이시죠? 김보경 대표(김)=어릴 때부터 간호사가 꿈이었어요. 서울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10여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제가 장녀인데 부모님 곁에 있어야겠더라고요. 제조업 회사에서 한 달만 아르바이트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인사, 노무 일도 배우고 매력이 있었어요. 7년 일하게 됐죠. 그 경험 덕분에 삼천포블루스 법인을 운영하는 데도 겁 없이 덤벼들었어요. 보육교사 1급 자격증이 있어서 어린이집에서도 일했는데 거기서도 많이 배웠죠.
양소윤 이사(양)=재활작업치료사를 하다가 간호사가 됐어요. 봉사 정신이 없으면 안 되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멋지더라고요. -삼천포블루스는 어떻게 시작하신 거예요? (김)=청년정책네트워크 활동을 하다 동생들을 알게 됐죠. 우리 문제, 우리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면 혼자서는 어렵더라고요. 저는 그때 시니어 일자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저희 아버지가 58년생이고 퇴직을 앞두고 계셨거든요. 양 이사는 청년 활동을 하고 있었고 관광 쪽에 관심 있는 친구도 있었고, 삼천포 해녀 가족 친구도 있었고요. 그 친구들이랑 처음엔 하고 싶은 걸 막 쏟아냈어요. 그렇게 5명이 2022년 삼천포블루스 법인을 설립했어요.
(양)=당시 제가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된 부모이자 청년이었어요. 푸드트럭을 운영했는데 억울한 일이 많아 대표님한테 엄청 토로했어요, 그때는 언니라고 불렀는데, 언니가 “우리 문제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그게 정책이 되는 거”라고 해서 힘을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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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관련 기획을 많이 하시는 거 같아요. (김)=청년들 각각 재능이나 기술이 있잖아요.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능력업 클래스’를 기획했어요. 반려견 간식을 만드는 사람이 그걸 가르쳐주는 거죠. 자신의 무대가 되는 셈이에요. 공방, 굿즈 등 분야가 다양해졌어요. 처음엔 강연할 사람을 찾아다녔어요. 예를 들어 도시재생센터 코디가 클레이를 정말 잘 만드는 거예요. 클레이를 가르쳐달라고 했죠. 처음엔 “내가 할 수 있을까?”하더라고요. 클래스 하다 그 분이 클레이아트 작가로 데뷔했어요. 돈이 진짜 중요하긴 한데 돈보다 더 큰 가치 덕분에 저희가 좀 더 버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우리들의 입문학'이란 것도 있었어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베트남 음식 조리법을 알려주면서 이야기도 들려주는 프로그램인데 반응이 좋았어요. ‘젊은이들의 마음’이라고 점심 때 청년들이 반찬 아무거나 가지고 와서 나눠 먹으면서 대화도 하고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은 뭐예요? (김)=올해로 2년째인 청년 창업아카데미에요. 매년 10팀 정도 참여해요. 개별 컨설팅과 함께 진행해 많은 팀이 참여할 수 없어 아쉽기도 해요. 사업자등록부터 세무, 사업계획서 이런 실무 창업 교육이 사천시에는 부족했어요. 그래서 시에 제안했죠. 참여했던 친구들이 주변에 추천도 하구요. 매월 세 번째 토요일마다 팝업스토어를 해요. 청년들이 자기 콘텐츠의 경쟁력을 검증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잖아요. 한 팀이라도 참여한다는 사람들 있으면, 어떻게 안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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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뿐 아니라 어르신들도 많이 만나시던데요. (김)=우리는 간호사니까 어르신들 찾아다니자고 했죠. 대화도 하고 혈압도 재 드리니 좋아하세요. 여기에 더해 청년들이 키오스크 쓰는 법을 알려드리면서 만나자는 아이디어도 냈죠. 저희 부모님도 키오스크 쓰는 거 힘들어하시거든요. 교육 나가면 ‘남들 다 하는데 나도 해봐야지’ 그러면서 눌러보세요. 키오스크 잘 못 쓰는데 뒤에 누가 서 있으면 주눅 들고 그러잖아요. 그런 두려움이 없어지는 거죠. ‘찾아가는 수다방’도 해보려고요. 바리스타 청년하고 저희하고 마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한테 커피나 차를 내 드리고 혈압도 재 드리는 거죠. 이런 지역사회 공헌 부분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삼천포블루스 우산 아래 비영리법인 ‘치유의파동’을 만들었고요.
-강연은 다 무료인데 어떻게 꾸려가시나요? 쉽지 않으셨을 거 같아요. (김)=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있어야 했어요. 미숫가루를 팔아볼까 오징어를 팔아볼까, 삼천포에 왁싱샵이 없으니 왁싱을 해볼래? 그러다 보면, 우리가 간호사 면허가 있는데 병원에서 돈을 버는 게 낫지 않나? 별 생각 다했어요. 강연프로그램은 사천시 인구청년팀에 제안했는데 팀장님이 긍정적으로 받아주셨어요. 그렇다고 저희 인건비가 나오는 건 아니고요. 처음 한 게 ‘청년의 날’ 행사였어요. 반응이 참 좋았어요. 다들 캠핑 의자에 앉아 질문하고 답했는데, 초등학생이 시장님한테 탕후르 드셔보셨는지도 묻고요. 민간에서 중간 지원을 하니까 행정과 시민이 부드럽게 연결되는 거죠. ‘청년의 날’ 행사는 3년 했어요. 첫해 이후엔 시 사업을 받았죠. 저희가 통계, 타지역 사례 등 근거를 많이 제출했어요. 행정과 협력해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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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블루스가 진행한 찾아가는 건강서비스 ⓒ삼천포블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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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강도가 엄청날 거 같아요. 월급은 받고 계신가요? (양)= 주주는 5명, 직원은 3명, 함께 활동하는 청년 플레이어들이 7~8명 있어요. 월급을 못 받는 사람은 대표님이죠. 예전에 고연봉 받는 통큰 언니였어요. 참 대표님 불쌍해요. 지역 청년들한테 계속 여기서 살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줘야 하니까 대표님 돈으로 다하는 거죠. 물심양면 퍼주고 있어요. 대표님 활동비는 대체 누구한테 지원받고 있냐, 남파 공작원설까지 돌았다니까요.(하하하) 제가 그만두고 싶다고 하면 나가도 된대요. ‘네가 나가도 난 이걸 계속 하고 있을 거야’ 속으로 미쳤나 그랬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2년 전에 이 건물(청년에비뉴)로 이사 오고 대표님이 감전 사고도 당했어요. 다리에 철심 빼는 수술을 앞두고도 대표님이 일을 만드는 거예요. 병원에서 수술 시간 다 됐는데 왜 안 오냐고 전화 오고 그랬다니까요.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이런 원초적인 얘기를 많이 했어요.
-이 건물에서 감전을 당하신 거예요? (김)=도시재생사업으로 만든 ‘청년문화공간’이라고 해놓고 몇 년 동안 계속 닫혀있었어요. 어느 추운 겨울에 이 앞을 지나는데 문이 닫혀있길래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왜 그런지 물었어요. 청년공간을 개방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어요. 이후 공고가 났고 절차를 거쳐 저희가 선정되어 이 공간을 사용하게 됐어요. 들어와 보니 공간이 껍데기만 있더라고요. 지역에 건물만 많이 짓고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계획은 부족한 거 같아요. 저희가 이 공간에서 나가면 다음 사람들에게 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해요.
-용역사업을 많이 하셨는데 어떤 한계가 있는 거 같아요? (김)= 다른 지역에서 내려온 용역사들이 우리 지역하고 맞지 않는 기본 계획이나 마스터플랜을 던지고 가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사후관리가 안 되죠. 우리 지역 안에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가 정책을 많이 팠어요. 정보 공개한 건 제가 다 읽었어요. 예전에 회사 다닐 때부터 정책에 관심이 많았어요. 정책을 행정의 언어가 아니라 우리의 언어로 전달할 수 있을까 많이 공부했어요. 정책은 참 필요한데 우리한테 전달되지 않으면 그냥 글자뿐인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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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블루스가 위치한 청년문화에비뉴 앞에서 삼천포블루스 구성원 ⓒ희망제작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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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동력은 어디서 나와요?
(양)=저는 청년들이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여건, 황무지를 갈아 좋은 씨앗을 뿌려놓았다고 자부해요. 꿈을 가진 사람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냐고 많이 찾아와요. 저희가 관계 안내소 같은 역할을 해요. 다양한 기관들 클래스도 연결하고요. ‘능력업 클래스’에 참여한 사람들이 비전공 작가가 되고 그 사람들이 창업을 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요.
(김)=진짜 힘들긴 해요. ‘돈도 안 되는데 왜 해’라는 말이 더 힘들었어요. 우리를 흔드니까요. 그런 시기를 지나서 지금은 ‘왜 우리 가치를 당신들이 정해’라는 단계에 들어선 거 같아요. 사회적 자본을 들여 교육만큼 남는 건 없는 거 같아요. 오늘 해내면 또 내일은 그거보다 조금 더 할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면 나는 또 해낸 사람이고요. 지역에 대한 애정도 있는 거 같아요. 우리가 자라온 이 동네가 우리 동네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역 소멸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잖아요. 우리 동네를 문화로 콘텐츠로 보여주고 싶어요. 그게 결국 돌아와서 내 자신을 치유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냐? 그냥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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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및 사진 촬영: 희망제작소 시민연결팀 김소민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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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시리즈』는 자신이 발 딛고 선 지역에서, ‘먹고사는 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공익 활동이나 창업이라는 익숙한 틀을 넘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온 새로운 시민들. 희망제작소는 이들을 ‘소셜디자이너’로 호명합니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묻고 싶습니다. 작은 실천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지역을 움직이는 힘이 되는지. 인터뷰 시리즈가 또 다른 누군가의 상상과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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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중] 2025 소셜디자이너
로컬을 실험실 삼아,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답을 찾아온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희망제작소가 먹고 사는 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를 찾아요. |
[희망브리프] 소셜디자이너 리포트
희망제작소가 그간 만났던 소셜디자이너 32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살고, 일하고 연결하는 청년들의 지역살이,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살펴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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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소식 어땠나요?
1명의 후원이 변화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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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92 | 02-321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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