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시리즈 ✒️ “발달장애 가족이 일상을 누릴 권리, 제주에서 피어난 ‘행복하게’의 실험”
김덕화 행복하게 협동조합 이사장 @제주 |
|
|
평소 주말은 어떻게 지내나요? 공연을 보시나요? 카페에서 차를 드시나요? 발달장애인 가족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랍니다. 시선이 꽂히고 눈치가 보여 한적한 곳을 찾게 된다죠. 제주의 사회적 협동조합 ‘행복하게’(이하 행복하게)가 만든 ‘맘편한가게’ 지도는 그래서 나왔습니다. 이 가게들에서만큼은 일상을 일상처럼 누릴 수 있죠. ‘행복하게’의 김덕화 이사장은 15살 자폐성 장애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8년 전 제주로 이사 오기 전 다른 발달장애 가족들처럼 여러 치료실을 전전하며 피폐해졌답니다.
2022년 시작한 ‘행복하게’의 프로그램은 이름 그대로가 목표입니다. 미술관에서 뛰어놀고 함께 노래를 만들어 공연을 올리고, 축제를 벌이며, 장애인 비장애인이 정신없이 재밌게 어울리는 공간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그리고 부모돌봄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가다 보니 당사자 부모모임으로 시작한 동심원이 점점 커지고 있답니다. 김덕화 이사장을 맘편한가게이자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돌하르방미술관에서 만났습니다.
|
|
|
맘편한가게이자 발달장애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돌하르방미술관에서 만난 행복하게 협동조합 김덕화 이사장ⓒ희망제작소 |
|
|
발달장애 가족의 일상의 무게, 도망치다시피 제주도로 |
|
|
-제주에는 어떻게 오시게 된 건가요?
=발달장애 가족의 삶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돌 무렵 아이 발달이 좀 다른 거 같다고 느꼈어요. 18개월에 영유아검진을 하니 발달지연이 나왔죠. 사실 저랑 남편은 처음부터 그냥 받아들였어요. 절망스럽지는 않았어요. 열심히 잘 키울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아이가 24개월부터 치료실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언어, 놀이, 감각통합 등이요 지금 생각하면 기가 막혀요. 엄마 쳐다보고 웃기만 해도 될 애를 주변 분위기와 부모의 불안 때문에 아이를 거기에 밀어넣었던 게 아닌지 굉장히 후회해요. 대체로 그런 과정을 겪어요. 전문가들이 아이에게 맞는 가이드를 주면 좋은데 우리나라엔 그런 시스템이 없어요. 조기개입하라는 말만 있죠. 비용도 굉장히 비싸요. 40분 수업에 5~6만원이에요. ‘어디 좋은 선생님 있다’ 하면 50분씩 고속도로를 타고 아이를 데려가요. 어느 순간 과하다는 깨달음이 와요. 이 과정에서 피폐해지죠.
초등학교 입학이 부모들에겐 공포의 시간이에요. 영유아 통합교육은 보편화돼 있고 또래 아이들은 고만고만해서 차별을 많이 느끼지 않거든요. 초등학교를 보내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운 거죠. 솔직히 도망치다시피 제주도로 왔어요. 그전에도 제주도에 올 때마다 아이가 정말 즐거워했거든요. 입학을 유예하고 1년 놀아보자 했죠.
|
|
|
발달장애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 프로그램 ⓒ행복하게 협동조합
|
|
|
“치료보다 ‘즐거움’으로, 부모도 주체가 되는 돌봄” |
|
|
-'행복하게' 활동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기존 복지관에서 기획한 사업들은 치료적 관점이 컸어요. 아이들의 기능을 비장애인에 조금 더 가깝게 만드는 게 목적이죠. 부모는 주체가 조력자로 보고요. 저희는 부모 역시도 돌봄의 대상자, 사업의 중요한 주체로 생각해요. 재활의 관점으로 아이를 보지 않아요.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고 즐거운 활동이 ‘행복하게’가 가진 차별성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게 중요하죠. 저희는 최소 15~20회차 다회차 프로그램으로 꾸려요. 다섯 번은 와야 애들이 편안해지거든요. 아이들이 몰입하고 즐거워야 그다음 성장이 있죠. 그런데 지원사업은 4월부터 11월까지만 해야 하잖아요. 그게 미치겠어요. 겨울방학이 긴데 말이죠.
-참여율이 높나요.
=저희 프로그램은 매진이 빨리 돼요. 어린이프로그램인 미술관 중심 놀이 활동은 10가구, 30~35명 정도가 같이 해요. 청소년프로그램으로는 합창극을 해요. 노래를 만들어서 공연까지 올렸어요. 10가족이 참여했어요. 여기까지는 부모와 자녀가 같이 해요. 성인기 자조모임엔 조력자 선생님 3명과 발달장애인 5명이 참여해요. 성인 자조모임은 하고 싶은 활동을 스스로 결정해요.
어린이프로그램은 충분히 몸으로 탐색하는 즐거움, 청소년 음악극은 ‘도전’과 ‘성취감, 성인기는 주체성이 목표이죠. ’가닿게 하는 마음’이 참여율이 높은 이유인 거 같아요. 2년째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장애 비장애 문화예술한마당’ 축제를 하는데 한 번에 500명이 왔어요. 해녀 할머니 공연단이 공연하고, 아이들이 즉흥 춤 추고, 마당극 공연도 하고요. 발달장애 가족들이 (여러 규칙을 지켜야 하는) 공연 관람하기가 힘든데, 마당극은 난장이니 상관없잖아요. 가장 좋은 경험을 만들어가려 해요. 발달장애인 대상이라고 쉽게 가볍게 싸게하는 건 허용하지 않아요.
|
|
|
누구나 마음 편하게, 맘편한가게 지도 ⓒ희망제작소 |
|
|
“누구나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가게, ‘맘편한가게’ 지도 이야기” |
|
|
-특히 ‘맘편한가게’ 지도가 유명합니다.
=발달장애인 가족이라면 공공장소에 아이를 데려갔을 때 눈치 보거나 불편한 시선을 받은 경험이 다 있거든요. ‘맘편한가게’ 지도가 있으면 우리 아이들이 편안하게 갈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가게 정보를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우리 아이에게 친절한 가게 리스트는 각 가정마다 있거든요. 그걸 모아 만들었죠. 이 지도가 비장애인, 지역사회에도 임팩트가 있을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이후 연락 많이 받았어요.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동아줄 같다고 했어요. 지인들은 ‘그런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2022년엔 70곳, 다음 해엔 138곳, 이번에 세 번째 지도엔 193곳을 담았어요. 세 번째엔 카카오가 함께해 카카오맵에서도 맘편한가게를 검색할 수 있게 됐죠.
-행정과 협력하시나요?
=행정 입장에선 ‘맘편한가게’의 기준이 주관적이라 받기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언젠가 인증을 받고 싶어요. 맘편한가게가 계속 관리되고 확장돼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가게에서 발달장애인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면, 그게 지역 통합이죠.
-부모학교도 인상적입니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부모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참 어려운 상황이에요.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지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마음 속 힘을 갖게 하는 게 목표예요. 부모끼리 서로 돌봄이 중요해요. 체계적이고 올바른 방향성을 지닌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같이 크는 대학’에 장애의 이해, 자녀 장애 받아들이기, 정책, 제도, 건강권 등 교육과정을 마련한 이유예요. 함께 공부하며 서로 돕고 의지하는 돌봄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고요. 모집인원은 1기에는 25명 정원이 꽉 찼고, 2기에는 32명이 제주와 전국에서 함께 해주셨어요. 부모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자녀돌봄 프로그램도 같이 운영해요. 그렇지 않으면 부모가 참여할 수 없으니까요. “자녀의 장애를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희망이 보인다.”, “든든한 동반자가 생겼다” 이런 피드백을 받았어요.
|
|
|
같이크는대학 가족캠프 활동사진 ⓒ행복하게 협동조합 |
|
|
-앞으로 계획은요.
=장기적으로는 발달장애인 주거와 일자리 마련이죠. 지금은 동심원을 넓혀가며 동료가 될 사람들을 찾는 과정입니다. 발달장애인 가족끼리만이 아니라 지역이 함께 해야 해요. 함께 하는 팀들이 생기고 있어요. 대안학교 볍씨학교의 중3 학생들은 제주도에 내려와 1년간 생활하는데, 4년째 이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 우리 아이들을 만나요. 사단법인 씨즈의 자립준비 고립은둔청년들도 우리 아이들과 만나고요. 이 청년들은 비언어적 소통이 잘 되고 섬세하게 다가와 우리 아이들이랑 잘 맞아요. 이 분들도 자기 효능감을 느껴요. 두 그룹의 주거를 소셜믹스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최근에 고립은둔청년들과 발달장애 청년들의 서로돌봄 사업기획서를 한 재단에 냈어요. 앞으로 일자리로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글: 희망제작소 시민연결팀 김소민 연구위원, 사회혁신팀 안영삼 팀장 |
|
|
『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시리즈』는 자신이 발 딛고 선 지역에서, ‘먹고사는 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공익 활동이나 창업이라는 익숙한 틀을 넘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온 새로운 시민들. 희망제작소는 이들을 ‘소셜디자이너’로 호명합니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묻고 싶습니다. 작은 실천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지역을 움직이는 힘이 되는지. 인터뷰 시리즈가 또 다른 누군가의 상상과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
|
|
[모집중] 2025 SIR대회 청중심사단 모집
응원은 흔적을 남기지만, 투자는 변화를 남깁니다. 소셜디자이너와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문제 해결의 길을 찾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시민 파트너를 기다립니다.
|
[희망브리프] 소셜디자이너 리포트 희망제작소가 그간 만났던 소셜디자이너 32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살고, 일하고 연결하는 청년들의 지역살이,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살펴봤어요. |
|
|
이번 주 소식 어땠나요?
1명의 후원이 변화를 만듭니다
|
|
|
희망제작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92 | 02-3210-0909
|
|
|
|